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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의 궁색한 변명①

네이버 영화 평점 삭제 논란

[취재파일]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의 궁색한 변명①

저희 아버지가 어렸을 적부터 누누이 강조하시던 말이 있습니다. ‘타인에겐 너그럽게, 스스로에겐 각박한 기준을 적용할 것’.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긴 어려운 말이죠. 자신은 그렇지 않으면서 상대에게만 완벽해질 것을 종용하는 것만큼 치졸한 일도 없습니다. 스스로 단련해 나가되, 그렇지 못한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무시해선 안 될 겁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새삼 이렇게 쓰는 것도 별 일이다, 싶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저는 도리어 ‘타인에겐 각박하고 스스로에겐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대는 한 취재원을 만났습니다. 상대는 사람이 아니고 한 거대 기업이었습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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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의 평점이 사라지고 있다”

지지난주 금요일, 인터넷을 달군 이슈입니다. SNS를 타고 삽시간에 이 뉴스는 사람들에게 퍼졌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뜬금없다 생각하는 독자도 계실 테니 잠깐 설명을 하면 이렇습니다. ‘26년’은 영화 제목입니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인데요, 유명 웹툰 작가 ‘강풀’ 씨의 작품이 원작입니다. 연재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으며 회자됐었죠. 내용인즉슨 1980년 ‘광주 학살’ 의 피해자 후손들이 ‘주범’을 찾아가 처단하는 프로젝트를 벌인다는 겁니다. 후손들이 1980년으로부터 26년이 지난 시점인 2006년에 이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해서 제목이 ‘26년’입니다(웹툰이 연재되던 때가 2006년이었습니다). 광주학살의 주범이 누구를 가리키는 걸까요? 최근 이 영화의 포스터가 공개됐으니 한 번 확인해 보시죠. 참고로 머리숱이 별로 없는, 과거사의 한 중요 인물입니다. 

‘26년’은 천만 영화로도 유명한 ‘괴물(2006)’을 만들었던 영화사 ‘청어람’의 작품입니다. 업계에선 알아주는 제작·배급사인데요, 이 영화가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투자를 약속했던 대기업이 청어람 측에 돌연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유는 불투명했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라고 했다더군요. 이 정도 규모와 명망 있는 영화사와 합작할 때엔 대기업도 어느 정도 신뢰가 섰기 때문이었을 텐데요... 영화 한 편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투자와 캐스팅이 엎어지는데 이 영화에만 음모론을 제기하느냐, 는 항변도 있었지만 당시 영화사 입장에선 억울할 일이었겠죠. 게다가 해당 기업 측 임원이라는 사람이 익명으로 ‘영화 내용이 알려지고 나서 상당히 윗선에서 압력이 있었다’고 제보를 해왔다더군요. 이렇듯 카더라 식의 제보로 이뤄진 일이라 누가 나서 대대적으로 이슈화하진 못했지만, 여하튼 이 모든 사건들이 영화 ‘26년’을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26년’은 ‘제작두레’라는 사상 초유의 방식을 통해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영화를 지지하는 관객들에게 십시일반 돈을 걷어 만드는 건데, 일명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하죠. 어려운 제작 환경에 처한 영화에 관객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응원을 보낸 겁니다.

설명이 길었네요. ‘26년’은 개봉 예정일을 한 달도 더 남겼지만, 이만큼이나 화제가 됐던 영화입니다. 저만 해도 일전에 이 영화를 8시 뉴스에서 ‘독특한 제작방식의 영화’로 소개한 적이 있었고요.

'예산 4억·촬영 20일' 영화, 이렇게도 만든다
(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362862)

이토록 오랜 기간 이슈가 됐으니,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들은 적 있을 겁니다.

네이버가 평점을 삭제해 네티즌들에게 타박을 얻은 영화가 바로 이 ‘26년’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네이버는 취재를 시작한 저에게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다’며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그렇다’, ‘기자님에게 저희의 운영 방침이나 알고리즘을 모두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의도 없는 네이버의 평점 삭제’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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