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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다 푼 역사' 승정원 일기…70년 더 번역

<앵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광해'입니다. 소재는 승정원 일기, 조선 왕의 하루하루를 상세히 적은 기록이죠? 단일 왕조 기록으론 세계 최대 분량이고, 한글 번역 작업도 겨우 1/10이 끝났을 뿐입니다.

권영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된 승정원 일기입니다.

왕의 말을 바로 받아 적느라 빠르게 흘려 쓴 초서체 한자가 빛바랜 한지 속에 남았습니다.

승정원은 오늘날 대통령 비서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기록한 게 승정원 일기입니다.

공식 행사뿐 아니라 왕의 감정과 사사로운 동태까지도 가감 없이 적혀 있습니다.

[아, 내 탄식을 돕는 듯 하구나. 오늘 내린 비가 눈물로 소매를 적시는 나를 돕는구나.]

안타깝게 선조 이전의 일기는 임진왜란 때 모두 불에 다 타버렸고, 이후에도 두 번이나 화마를 입었습니다.

영화의 소재가 된 광해군 일기도 모두 잿더미가 돼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영화 '광해'의 소재인 15일간의 승정원 일기는 실체가 없는 허구의 시나리오입니다.

현존하는 승정원 일기는 선조 이후 조선 왕조 288년치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83만 쪽에, 글자 수는 3억 자에 달합니다.

조선왕조실록보다 4배 더 많은 방대한 분량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본 학자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입니다.

[이상찬/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 실록이나 일성록에 없는 그런 기사 내용도 많이 들어 있고요.]

결국 승정원 일기는 아직 못 다 푼 우리의 역사입니다.

흘림체를 정자로 바꾸는 데만 꼬박 16년이 걸렸고, 93년부터 시작한 한글 번역 작업은 이제 겨우 1/10을 마쳤을 뿐입니다.

쉰 명의 연구원이 매달리고 있지만, 남은 3000권을 끝내려면 70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김낙철/한국고전번역원 역사문화번역실장 : 오타가 한두 글자 있으면 실은 문장을 번역하는데 아주 애를 먹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에 할 수 있는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2001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승정원일기, 선조들이 남긴 세계 최대 역사서의 활용은 현재와 미래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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