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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년 일자리 해결, 적임자는?

[취재파일] 청년 일자리 해결, 적임자는?
이번 18대 대선은 유난히 대선 후보들이 대학생들과 만남을 자주 합니다. 대학생들과 취업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빨간 운동화에 몸으로 하트 그리기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이 아들 딸이 없어서 대학생들이 더욱 자기 자식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고시생들과 길거리에서 컵밥을 나누어 먹으며 고충을 들어주고 잔디밭에 철퍼덕 앉아 대화를 나눴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인기는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학에 찾아가 강연을 하는 것 만으로도 학생들의 환호성이 대단합니다.

대선 후보들이 이렇게 20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SNS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20대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고, 이것이 결과를 좌우할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 20대는 '아픈 청춘'으로 이름지어질 만큼 스펙 쌓기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투쟁이 대표적인데, 사회적 문제로 인한 고통이 커지다 보니, 20대 들이 정치권에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20대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공약을 모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법을 제안한 철학이 제 각각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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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스펙을 중시하는 채용시스템'과 '실제 일과 연결되지 않는 직업 교육'을 문제의 원인으로 파악했습니다. 이에 따라 학력이나 경력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잠재력과 열정을 평가해 청년을 선발한 뒤 실질적 직업 교육을 시키고, 연수자들을 공기업이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민간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민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맞춤형으로 양성해 채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창업과 해외 취업을 활성화시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K-MOVE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해외에 있는 일자리를 국내에서 청년들이 잘 찾아보고 지원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박 후보의 공약을 관통하는 것은 현상을 억지로 바꾸기 보다는 구직과 구인 사이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제대로 연결만 해줘도 많은 부분 청년들의 고통이 덜어질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또한 민간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을 지양합니다. 박 후보는 스펙초월취업센터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우수한 실력을 공공부문에서 입증해 보이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문화가 학벌이나 시험성적 보다는 '실력'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상적인 구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행 효과 면에서 확실한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부작용이나 반발은 적겠지만, 그 만큼 청년층이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적습니다. 인식 변화가 뒤따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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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효율만 중시해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기업'이 청년 취업난의 큰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따라서 '청년 고용비율 할당제'를 공약했습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공기업, 300인 이상 대기업에 전체 피고용인의 3%에서 5%까지 매년 29세 이하 청년을 고용하도록 할당하겠다는 겁니다. 현재도 청년고용촉진법에 300인 이상 대기업은 3%의 청년고용비율을 지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행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는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어 실천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여기에 불이익을 주는 규정을 추가해 강제성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할당 비율에 미치치 못할 경우 '청년고용 분담금'을 지불하도록 하고, 할당 비율을 초과해 잘 이행한 기업에는 '장려금'을 지급하는 채찍과 당근을 쓰겠다는 겁니다. 기업으로서는 또 다른 간접세로 인식될 수 있고 경영의 기본인 인사정책에 있어서 정부가 강제성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됩니다.

또 '블라인드 채용제'를 공약했습니다. 입사 과정에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인식에 따른 해법입니다.특히 지방대학 학생들이 실력에 비해 저평가 받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에 주목한 정책입니다. 그래서 입사지원서에서 출신학교를 지우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출신학교 삭제를 시작으로 다른 불평등 요소가 있다면 추가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출신학교를 모르고 직원을 선발하라는 것은 민간기업에도 의무화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문재인 후보측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에는 대통령의 의지로 관철을 시키고, 민간기업에는 권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고용주라는 중요 섹터가 있는 상황이라 대선 후보들도 뭔가 확실하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공약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블라인드 채용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공공기관에 지원하는 청년들에게만 희망을 준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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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정부-민간-청년이 다 함께 청년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대타협을 해서 기존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이고 그 만큼 청년들에게 나누어 주자는 공약을 했습니다. '청년고용 특별 조치'를 5년간 한시적으로 만들어 시행하겠다는 겁니다. 여기에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공기업에 청년 고용비율을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처럼 불이행시 분담금을 물리는 정책은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측은 '벌금'을 물린다고 해도 기업은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뿐, 정책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대기업들이 청년 채용비율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압력을 가하겠다는 겁니다.

또 학벌이나 시험 성적 위주의 스펙쌓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일명 '청년 헬프 코리아 봉사단'이라는 것인데, 저소득층 공부방 봉사활동이나 독거노인 주거 환경 개선 사업 등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1년간 하면서 이 기간에 산재보험 같은 사회보험혜택을 취업한 사람들과 똑같이 받게 하고 실비차원의 인건비도 지급해주겠다는 겁니다. 또 이 봉사단의 경력이 기업 채용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측의 공약을 보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중간쯤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에 부담을 지우되 국민적 합의를 통해 책임감을 느끼도록 압박을 하겠다는 것이고, 기업의 채용시스템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박 후보 보다는 크고 문 후보 보다는 작습니다.

이번 대선은 이전 선거 때보다 '파격적인 공약'이 적습니다.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거가 막바지로 가면 어느 한 쪽에서 '파격 공약'을 던지며 논란을 증폭시킬 가능성은 높아지겠지요. 그러나 아직까지는 각 후보 진영의 정책 담당자들은 '이제는 현실성 없이 논란만 되는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약들은 어찌보면 미지근해 보입니다. 청년 일자리 해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세세한 공약들 사이사이에 후보들의 철학이 엿보이고 고민이 드러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SBS는 어제로 4회째 후보들의 공약을 분야별로 분석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으로 난타전을 벌이는 대선전에서 정책 비교 보도가 유권자들의 냉정한 선택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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