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이렇게 20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SNS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20대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고, 이것이 결과를 좌우할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 20대는 '아픈 청춘'으로 이름지어질 만큼 스펙 쌓기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투쟁이 대표적인데, 사회적 문제로 인한 고통이 커지다 보니, 20대 들이 정치권에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20대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공약을 모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법을 제안한 철학이 제 각각 다릅니다.
박 후보의 공약을 관통하는 것은 현상을 억지로 바꾸기 보다는 구직과 구인 사이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제대로 연결만 해줘도 많은 부분 청년들의 고통이 덜어질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또한 민간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을 지양합니다. 박 후보는 스펙초월취업센터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우수한 실력을 공공부문에서 입증해 보이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문화가 학벌이나 시험성적 보다는 '실력'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상적인 구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행 효과 면에서 확실한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부작용이나 반발은 적겠지만, 그 만큼 청년층이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적습니다. 인식 변화가 뒤따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블라인드 채용제'를 공약했습니다. 입사 과정에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인식에 따른 해법입니다.특히 지방대학 학생들이 실력에 비해 저평가 받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에 주목한 정책입니다. 그래서 입사지원서에서 출신학교를 지우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출신학교 삭제를 시작으로 다른 불평등 요소가 있다면 추가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출신학교를 모르고 직원을 선발하라는 것은 민간기업에도 의무화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문재인 후보측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에는 대통령의 의지로 관철을 시키고, 민간기업에는 권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고용주라는 중요 섹터가 있는 상황이라 대선 후보들도 뭔가 확실하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공약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블라인드 채용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공공기관에 지원하는 청년들에게만 희망을 준다고 하겠습니다.
또 학벌이나 시험 성적 위주의 스펙쌓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일명 '청년 헬프 코리아 봉사단'이라는 것인데, 저소득층 공부방 봉사활동이나 독거노인 주거 환경 개선 사업 등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1년간 하면서 이 기간에 산재보험 같은 사회보험혜택을 취업한 사람들과 똑같이 받게 하고 실비차원의 인건비도 지급해주겠다는 겁니다. 또 이 봉사단의 경력이 기업 채용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측의 공약을 보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중간쯤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에 부담을 지우되 국민적 합의를 통해 책임감을 느끼도록 압박을 하겠다는 것이고, 기업의 채용시스템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박 후보 보다는 크고 문 후보 보다는 작습니다.
이번 대선은 이전 선거 때보다 '파격적인 공약'이 적습니다.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거가 막바지로 가면 어느 한 쪽에서 '파격 공약'을 던지며 논란을 증폭시킬 가능성은 높아지겠지요. 그러나 아직까지는 각 후보 진영의 정책 담당자들은 '이제는 현실성 없이 논란만 되는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약들은 어찌보면 미지근해 보입니다. 청년 일자리 해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세세한 공약들 사이사이에 후보들의 철학이 엿보이고 고민이 드러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SBS는 어제로 4회째 후보들의 공약을 분야별로 분석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으로 난타전을 벌이는 대선전에서 정책 비교 보도가 유권자들의 냉정한 선택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