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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선 뚫은 원화 강세 당분간 지속할 듯

지지선 뚫은 원화 강세 당분간 지속할 듯
원ㆍ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1,100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통화정책 완화와 양호해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때문에 원화 강세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수출업체 대부분이 1,100원을 목표 환율로 잡았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겠지만 수출경쟁력 약화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진국 `돈 풀기' 속 원화 강세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 거래일보다 5.40원 내린 1,098.2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그동안 지지선 역할을 해온 1,100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9일(1,077.30원) 이후 13개월여만이다.

5월23일 1,185.50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운 환율은 1,150원 선에서 등락하다 9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10월 들어서는 연중 최저치를 수차례 갈아치웠다.

특히 이달 11일부터 19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여 1,114.30원에서 1,103.30원까지 떨어졌다.

한때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미세조정 물량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 강도는 예전보다 약했다는 관측이 많다.

원화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3차 양적완화(QE3)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단기 국채매입 프로그램(OMT), 일본 중앙은행(BOJ)의 자산매입 등 세계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유동성 확대와 이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현상, 외국인 자금 유입 증가는 한국 등 아시아 통화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9월 이후 이달 24일까지 원화 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2.84% 절상됐다.

싱가포르 달러(2.10%), 말레이시아 링깃(1.90%), 필리핀 페소(1.64%) 등 다른 아시아 통화도 1% 이상 가치가 올랐다.

인도 루피화(-0.95%)와 일본 엔화(-1.77%)만 달러 대비 약세다.

◇"원화 강세 방향성, 당분간 계속될 듯"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수'가 돼 버린 유럽의 불안이 어느 정도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유로존 재정위기를 바라보는 금융시장의 민감도도 떨어진 상태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상이 시장에 선반영돼 있어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조재성 연구원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해도 예전 같은 금융시장 혼란이나 유로 가치 하락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금융시장의 안정적 움직임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조정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넉넉한 외화 유동성을 보유한 점도 웬만한 대외 악재로는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지 않도록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환율 하락이라는 `방향성'이 아니라 `속도'다.

빠른 하락세에 대한 부담감, QE3 효과가 실물경제 지표로 나타나는 속도, 통화정책 외에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태줄 주요 이슈 발생, 당국의 개입 여부 등이 하락 속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NH선물 이진우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준이 QE3에 나선 뒤 서울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은 이미 1,100원 아래까지 내려갔다.

미 대선 등 변수가 많지만 1,100원 선이 붕괴된 이후 곧바로 회복되지 않으면 1,090원선에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06년에도 1,100원대 저항선이 깨지자 환율이 순식간에 1,070원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가계부채 등 신용위험 있어 환율 하락세가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수입물가 진정ㆍ수출업체 악영향…원화 강세 `양날의 칼'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0.25%씩 내린 영향으로 물가상승 우려가 깊어진 상황에서 원화 가치 상승은 수입물가 안정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9월 수출입 물가지수' 자료를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석유와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하지만 원화가 0.6% 절상되면서 상승폭 자체는 8월(1.7%)보다 낮아졌다.

수출 부문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데다 환율 변동폭 자체가 크지 않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도 최근 "과거에는 낮은 가격이 우리 수출품의 경쟁력이었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수출 업체들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면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위험자산 선호현상으로 원ㆍ엔 환율이 전저점인 1,350원선 부근까지 밀려 있지만 자산매입 규모 확대에 따른 수출업체의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업체의 채산성이 악화하는 만큼 환율 추가 하락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대 경제학부 표학길 교수는 "수출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영향은 시차를 두고 찾아오므로 내년 1분기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며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민근 연구원은 "당장 수입물가 압력이 경감될 것이므로 일반 국민은 나쁜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영여건이나 가격변수가 수출기업에 비우호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화가 계속 강세일 것으로 보고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

대내외 충격으로 이 자금이 빠져나갈 것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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