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에 연루된 준정부기관 간부가 인사위원 자격으로 자신은 물론 함께 비위를 저지른 동료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24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평가원)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김 모 씨와 팀장급 직원 방 모 씨는 부하직원에게서 비자금을 상납받거나 허위 서류로 출장비를 타내 불법 자금을 조성하다 2011년 7월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김 씨와 방 씨를 각각 해임, 정직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평가원은 올해 4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 씨에게 정직 2개월, 방 씨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당시 인사위는 6명으로 구성됐는데 이중 4명이 같은 사건에 연루된 징계대상자였고 나머지 2명만 외부 위원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비리에 직접 연루된 방 씨와는 별개 인물인 방모 팀장 뿐만 아니라 성 모 단장, 전 모 본부장, 원 모 센터장도 불법 자금 조성에 관여했는데 이들은 인사위원장 또는 인사위원으로서 징계 의결에 참여했다.
인사위원회는 같은 날 이들 4명을 포함해 불법 자금 조성에 연루된 간부 14명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인사위원장과 인사위원이 자신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에 참여한 것이다.
이준현 당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인사위의 징계 의결서를 승인하고 10여 일 후 퇴임했다.
김 씨는 올해 5월 안남성 신임 원장이 취임하고서 2개월 만에 팀원으로 복직했고 며칠 뒤 수석급 연구위원에 임명됐다.
방 씨는 팀원으로 강등됐다가 보직 팀장으로 복귀했다.
반면 상납에 불응했던 이모 전 팀장은 좌천돼 현재까지도 말단 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불법 자금 조성을 지시한 사람은 2개월 쉬다 원상 복귀하고 비리에 저항한 이들은 좌천되는 게 정의냐"고 지적했다.
이준현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사위원회가 (징계 수위를 결정)한 것이고 나는 거기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징계대상자가 인사위원에 포함됐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안남성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김 씨가 맡은 연구위원은 수석급을 무보직으로 발령낼 때 주는 자리"라며 "방 씨를 팀장으로 배치한 것은 기획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고 팀장을 할만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징계대상 인사위원이 '자신 처분 결정' 논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상납거부 직원은 좌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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