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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0교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잡다가 과로사 할 수 있다

[취재파일] 0교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잡다가 과로사 할 수 있다
30년도 더 이전의 일입니다. 미국 TV 프로그램 가운데 '믿거나 말거나'라는 프로그램이 우리 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됐었습니다. '세상에 그런 일이!'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한 신기한 사건·사고들을 실감나게 재연해줘 빼놓지 않고 챙겨봤었습니다. 사회자가 내용을 소개한 뒤 항상 마지막에 덧붙이는 'Believe or not'이라는 말이 매우 인상 깊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관용어구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한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방영됐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학생들은 새벽별을 보면서 등교해서 저녁별을 보며 하교한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당시에 한국에서 '0교시(정규수업 시간 전에 실시되는 수업)'과 '야자(야간자율학습)'은 적어도 고등학교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방송하는 미국인들의 태도가 더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세계인이 보기에 대단히 유별난 학교생활을 하는구나'라고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세월이 흘러 우리 교육에도 '인간적인', 또는 '자율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공부하라고 마냥 몰아붙이는 것이 교육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결정적으로 '0교시' 수업이 '당연한 것'에서 '비인간적이고 비효율적인' 교육이라고 인식이 바뀐데는 국내 한 방송사 프로그램의 공이 지대했습니다. 새벽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 조명을 밝힌 교실에서 비몽사몽간에 수업을 듣는 표정, 쉬는 시간마다, 심지어는 수업 시간중에도 병든 닭마냥 조는 모습을 보면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잡기 챔피언이 된다'는 신화는 깨져갔습니다.

그래서 지난 정권에서는 교육당국이 '0교시 수업을 금지하라'는 지침까지 내리게 됐습니다. 우선 아침 7시 반까지 등교하려면 제대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상황이 한창 자라는 학생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반성 때문이었습니다. 또 너무 일찍 일어나는데다 바로 수업까지 듣게 되면 뇌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아 학습 효과가 매우 낮다는 분석에 기인했습니다. 아울러 이런 식의 피로가 계속 누적되다보면 정규 수업시간에마저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국 '한 시간' 더 공부하려다 '나머지 7시간 이상'을 망치게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아들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학교자율화 조치가 나온 뒤 다시 슬금슬금 옛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0교시 수업이나 야간자율 학습 등을 할 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학교장에게 주어지면서 이를 다시 실시하는 학교가 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교육과학위원회 소속의 이상민 의원실이 교과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300개 학교가 0교시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중 3분의 1이 훨씬 넘는 122개 학교는 전교생의 90% 넘게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정규수업으로 '0교시'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학교는 모두 '0교시' 수업료를 따로 받고 있습니다. '방과후학교'의 일환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정규수업에서 하기 힘든, 또는 다른 방식의 수업을 하라는 방과후학교의 취지는 간데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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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교시 수업'을 하는 학교측은 학부모와 학생이 모두 바라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입시 대비 교육을 할 시간이 부족해 보충수업을 해야하는데 오후에는 상당수 학생들이 학원에 가야하는 만큼 새벽 시간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고교생 자녀들을 초등학생과 같이 등교하게 할 경우 학교가 교육에 무성의 하다며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강변합니다. 아울러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동의 절차를 밟았다고 강조했습니다.

'0교시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같이 등교하는 고교생들을 만나봤습니다. '0교시'를 통해 배우는 것은 국영수 위주의 입시 대비 보충수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수업을 듣지 않을 경우 정규수업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안 듣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굳이 '0교시'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려면 학교측에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고 토로합니다. 학생을 바래다주던 학부모들은 대부분 '학교측의 동의 절차가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절차가 어떻든 간에 '0교시 수업'이 반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 학생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일찍 일어나 다른 새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많은 벌레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새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올빼미들은 밤에 먹이를 찾고 벌새는 환한 대낮에 꿀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이런 새들을 모두 새벽에 억지로 두드려 깨워서 먹이를 찾으라고 내보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못해 비조류적(?), 아니 우리 학생들의 경우 비인간적입니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0교시 수업' 시행 여부를 학교장 자율에 맡기더라도 일관된 원칙과 통일된 지침을 마련해 교육적 효과를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칙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자'라는 사회적 공감대에 근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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