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꽉 막힌 지 오래다.
그 사이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외교적 협력과 경제협력을 필두로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교류 등 전방위로 전개되는 북중 관계 강화는 중국의 대북영향력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 정부까지도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해 중국의 영향력에만 기대는 모습이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모두 새로운 남북관계를 추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 사회 전반에서 기존의 남북 관계를 북중 관계가 급속히 대체해 향후 남북관계의 '복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연합뉴스 북한부는 지금의 북중 관계를 다양한 분야에서 점검하고 이것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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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정치 외교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있을 때마다 국제사회가 남한이 아닌 중국을 쳐다보면서 은근히 중국의 대북 영향력 발휘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올해 5월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이런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에 이어 3차 핵실험 가능성이 대두한 상황에서 열린 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의 핵실험 반대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동참했고 비록 대상·폭에서는 이견을 보였지만 안보리 차원의 북한 기업 추가 제재에 동의함으로써 북한 압박에 가세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 회담의 폐막 발언을 통해 "우리는 중국이 그동안 해온 역할을 인정하며, 안보와 힘은 도발이 아니라 국민을 최우선시하는 데서 온다는 것을 북한이 명확히 깨달을 수 있도록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며 중국을 통해 대북메시지를 전달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미국은 남북대화 채널을 통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남북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북한으로 통하는 통로는 중국뿐인 셈이고 국제사회는 이 채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대화통로가 끊긴 남한 정부는 외교적 역할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2005년 9·19공동성명은 남한 정부가 북한과 소통을 통해 국제외교 무대에서 성과를 올린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05년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이른바 `6·17면담'을 통해 북한을 6자회담의 무대로 끌어들였고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통해 합의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때 6자회담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9·19공동성명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 정부가 양쪽을 오가며 설득했다"며 "그 결과로 공동성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불능화에 합의했던 2007년 10·3합의도 남북관계가 비핵화 회담을 촉진하는 선순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성과물 중 하나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서 불능화 논의가 전개됐고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정치적 부담 속에 전격적으로 불능화에 합의해 10.3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특히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당시 외무성 부상은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남북관계의 악화와 대화 중단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의 와중에도 국제사회가 중국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에만 주목하도록 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이 대표적이다.
포격 나흘 뒤에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고 곧이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만났다.
한반도의 긴박한 상황에서 중국은 남북한을 오갔고 6자 긴급협의라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물론 이 안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분쟁의 상황에서 대화의 해법을 마련하려는 중국의 외교적 역할이 부각되기에 충분했다.
2002년 연평해전 직후 북한이 남북 간 비공개 채널을 통해 유감을 표시하고 장관급회담 예비회담 등을 열어 남북한이 따질 것은 따지던 상황과 비교해 한반도 상황의 악화가 중국의 중재역할 강화로 이어지는 셈이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틈을 이용해 중국이 북한을 통한 동해출항권을 확보하고 이 권리를 군사적 영역으로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은 현 남북관계 교착상황의 수혜자가 중국임을 잘 보여준다.
작년 8월 중국 해군훈련함대 소속의 정허(鄭和)호와 뤄양(洛陽)호는 4박5일간 원산항을 방문해 북해함대사령관 톈중(田中) 중장이 북한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정명도 해군사령관 등을 만났다.
중국 해군 함대가 1996년 남포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북한 동해안 항구에 정박해 훈련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중간 군사협력이 단기간에 위협적인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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