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가 모처럼 '즐거운 대결'을 했다.
두 사람은 18일 밤(현지시간)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천주교 뉴욕대교구의 연례 자선기금 모금 행사인 '알프레드 E.
스미스 메모리얼 파운데이션 디너(AESMD)'에 함께 참석했다.
천주교도로서 처음으로 대선후보(1928년)가 된 스미스 전 뉴욕 주지사를 기리는 것에서 출발한 이 행사는 뉴욕 상류층 인사들이 만찬을 한 뒤 어린이 자선단체에 500만 달러를 기부하는 자리다.
대선이 있는 해에는 후보들이 참석해 연설하는 게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전통이다.
특히 대선후보는 관례적으로 상대는 물론 자기 자신을 웃음 소재로 삼는 '유머 연설'을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는 턱시도와 하얀 나비 넥타이 차림으로 주최자인 티모시 도란 뉴욕대교구 추기경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도란 추기경은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연설했다.
먼저 연단에 선 롬니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하루에도 여러번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면서 "여기서는 (아내) 앤과 내가 집에서 평소 입는 복장으로 휴식을 취하니 정말 좋다"는 말로 `갑부'인 자신을 스스로 풍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조 바이든 부통령을 오늘 데리고 나오기를 고대했다. 왜냐하면 그는 무슨 일에도 잘 웃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켄터키주 덴빌에서 열린 부통령 후보 TV토론회에서 바이든 부통령이 폴 라이언 공화당 후보의 발언 도중 여러차례 소리까지 내가며 능글스럽게 웃은 것을 비꼰 것이다.
롬니 후보는 또 "힘든 선거를 치르는 가운데 나와 대통령이 각각 믿고 의지할 한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그 한 사람은 나에게는 아름다운 아내 앤, 오바마 대통령에겐 빌 클린턴"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아울러 자신의 토론실력은 "65년 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덕분"이라고 말한 뒤 "내가 이런 자리에 올 때는 주로 '지명운전자(운전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 자격"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종교인 모르몬교의 '금주 원칙'을 풍자한 것이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주요 여론조사에서 앞서기라도 하면 제목은 '오바마가 뒤에서 이끌고 있다'로 나온다"고 꼬집은 뒤 이날 만찬 보도 내용에 언급하며 "그것은 '오바마는 천주교인들에게 환영받았고, 롬니는 부자들과 저녁식사를 했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에 대해 "그는 주지사이고 아버지도 (뉴욕) 주지사였다"면서 "그게 대통령후보의 자격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롬니 후보는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부친은 미시간 주지사를 각각 지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분, 자리에 꼭 앉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의자에 대고 소리를 지를지 모른다"는 농담을 던졌다.
만찬장은 박수와 함께 폭소가 터졌다.
지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원로 영화배우인 이스트우드가 빈 의자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을 투명인간 취급한 퍼포먼스를 풍자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TV토론회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여러분들 다 보셨겠지만 2차 토론회에서 나는 활기가 넘쳤다. 그건 1차 토론회 때 기분좋게 낮잠을 잤더니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여유를 찾았다는 뜻이다.
또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결혼기념일에 열린 1차 토론회의 패배를 언급하면서 "결혼기념일에 선물을 잊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농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또 롬니 후보와 자신의 공통점으로 '특이한 이름'을 거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 밋은 롬니의 중간이름이다. 나도 중간이름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롬니 후보의 본명은 월러드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간이름은 이라크 전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을 연상시키는 '후세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나는 오늘 뉴욕 시내의 몇몇 상점에서 쇼핑을 했는데 아마 롬니 후보는 시내에서 몇몇 상점을 쇼핑했을 것"이라며 `갑부' 롬니 후보를 은근히 비꼬았다.
그는 이밖에 "대선후보에게 외교는 도전이다. 지난 2008년 내가 해외로 갔을 때 너무 인기가 좋아서 유명인이냐는 비판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롬니 후보는 이런 문제를 잘도 피해갔다"면서 최근 롬니 후보가 영국 방문기간 `실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을 상기시켰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 행사에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피임이나 낙태, 동성결혼에 있어 가톨릭과 입장이 대치되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오바마-롬니, 자선만찬 동석…'촌철살인' 대결
나는 상점에서 쇼핑, 롬니는 상점을 쇼핑"<br>"나에겐 앤이 있고 오바마에겐 빌 클린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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