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했다.
이번 회의에서 그리스와 스페인 처리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지만 이는 곁가지이고 중심 의제는 은행연합 구축을 위한 은행 감독체계 마련이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은 유로화라는 통화동맹이 출범했음에도 회원국의 방만한 예산과 재정 운용을 막을 수 있는 규제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법은 유로존 정부의 재정에 대해 동일한 기준과 규제를 적용하는 재정연합, 나아가 정치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연합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독일의 큰 그림이다.
재정연합으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은 은행연합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국 입장에서 은행들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 중심의 단일 감독체제를 받는 것이 채찍에 해당한다면, 은행간 예금을 공동으로 보증하는 것은 매력적인 당근이다.
EU 정상들이 지난 6월 말 회의에서 은행연합으로 가기 위해 구제기금의 은행 직접 지원과 국채매입이라는 큰 틀에 합의했다.
다만 독일의 요구로 단일 은행감독 체계가 마련된 이후에 이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결국 핵심은 단일 은행감독체계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게 되면 은행연합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두고 독일과 프랑스 등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합의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독일 연방하원에서 "품질이 속도에 우선한다"면서 서두르지 말자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메르켈은 "복잡한 법적인 문제가 있다. 나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이 속도를 늦추는 것은 독일 은행권의 반발은 물론이고 자칫 독일의 신용등급 하락과 납세자의 부담 가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그러면서 재정 적자 기준을 위반한 EU 회원국에 대해서는 EU 통화담당 집행위원이 예산안을 거부할 수 있도록 EU 조약을 개정하자는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의 제안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방만한 예산과 재정운용을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은행연합으로 갈 수 없다는 독일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는 은행연합과 EU의 정부에 대한 예산 통제 장치 마련을 맞바꾸는 빅딜을 하자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재정 건전성이 독일보다 취약한 프랑스는 발끈하고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의 의회 연설이 알려진 뒤 "정상회의의 주제는 재정연합이 아니라 은행연합에 관한 것"이라며 EU의 회원국 정부에 대한 예산 통제권으로 논의가 확대되는 것을 차단했다.
이어 "연말까지 은행연합을 구축하는 것과 특히 은행감독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이번 EU 정상회의의) 유일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프랑스는 유로존 전체 6천 개 은행에 대해 내년 1월부터 감독을 시행하자고 요구하는 반면 독일은 중소 은행은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고 감독 시행 시기도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나는 앞으로 나가기를 원한다. 우리는 거의 다 왔다"라며 은행연합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가 은행연합에 소극적인 것은 내년 9월 총선을 앞둔 정치적인 셈법이 있다고 메르켈을 자극했다.
네덜란드 등은 독일의 입장을 지지하는 반면 영국, 스웨덴 등 비유로존 국가들은 EU의 재정 통제에 대해 더욱 거부감이 크다.
각국의 입장을 통일하기에는 시간이 역부족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의는 오는 12월 회의에서 결론을 내기 위한 정지 작업 정도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그리스에 대한 긴축 조건 완화나 유로존 구제금융의 차기분 집행에 관한 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이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내보였고 다른 국가도 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베를린=연합뉴스)
EU 정상들 은행연합 합의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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