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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사가 때려도 말 못해…" 장애아 엄마의 절규

"우리 아이를 지켜주세요"…정부청사 모여 호소

[취재파일] "교사가 때려도 말 못해…" 장애아 엄마의 절규
유난히 날씨가 추워진 어제(18일) 아침, 정부청사 후문에 50명 정도 되는 어머님들이 모였습니다. 현수막을 걸고,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를 지켜달라'고요. 어머니들에게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녀가 있습니다. 1,2급 정도의 중증 장애가 있고,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부랴부랴 청사 앞에 모인건 다름 아닌 학교 교사 때문이었습니다.

이 학교의 중학생 반 담임 교사가 지난 3월 학생 5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모욕적인 말을 계속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반에는 담임 교사 외에 인턴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 인턴 교사가 자신이 쓴 학습 일지 가운데 일부를 어머니에게 편지글 형식으로 보내면서 폭행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겁니다.

편지에는 교사가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건 기본이고, '자로 마구 때리고 소리를 질렀다', '학생이 "아파, 아파"하며 울었다', '시끄럽다고 아이들의 입을 잡아당겨 비틀었다', '한 학생은 말을 못하니 아프다고 소리도 못 질렀다', '애를 마구 때리다가, 애가 일어나려 하자 뒤로 밀쳐 아이 뒷통수가 바닥에 닿았다, 그걸 일으켜 앞으로 밀어 엎어뜨렸다', '학생이 해맑게 웃었다, 좀 맞은 티라도 내면 좋으련만'……
 
때이른 가을 추위에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는데, 어머니들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학교에 진상 조사와 처벌을 요구한 끝에 징계 위원회가 열렸고, 해당 교사에게는 정직 3개월이란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국가인권위에도 이 상황을 알려 지난 6월부터는 인권위 조사관이 직권조사에 나섰고, 이 교사 외에 2007년, 2008년, 2011년에도 다른 교사들이 학생들을 폭행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부모들은 더더욱 불안에 떨었습니다. 이 교사는 다음 달부터 다시 학교로 복직하는데, 아이들이 또다시 맞을까봐 걱정이 됐습니다. 부모들은 교내에 CCTV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실 문마다 'CCTV를 설치한다는 것은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는 문구를 내걸며 설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특수학교니 만큼 교과부에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이런 전말을 폭로했습니다. 

학교에 찾아갔더니 장애가 심각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한 반에 6명씩 있는데, 대부분 맞아도 맞았다고 말을 할 수 없는 학생들입니다. 한 학생은 경기를 심하게 일으켜 어른들이 먹는 만큼의 약을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한 학생은 생리를 한 달 동안 하면서 불안 증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은 좀 생각이 다른 것 같았습니다. '즉시 담임 교사를 교체했고, 정직 3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이미 징계위가 열렸고, 학부모들의 요구에 대해선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 'CCTV 설치는 반대 의견이 있지만 모두가 원한다면 설치할 수 있다'…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에 대해 먼저 사과, 그게 안 되면 유감 표명이라도 하는게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되려 '장애아들을 무력없이 통솔하는 게 사실상 힘들다'면서 기자에게 이해를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폭행당하지 않은 다른 학부모들을 내세워 '교내에서는 폭행이 일어날 수 없다'고 기자를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한 어머니가 '우리 아이가 집에 와서 웃기만 하길래, 엄마인 자신은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몰라줘서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쳐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여러 차례 되물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학교에서 '체벌'이 아닌 '폭행'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장애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한 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 전원을 상습적으로 때린다면, 그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게 단지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관심가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우리 학교에선 그런 일 없다'고 덮을 일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그 반에서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다시 그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말을 못한다고 해서 공포나 불안을 못 느끼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전학을 보낼 수도 없는 부모들은 말 못하는 학생들 만큼이나 답답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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