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2500원짜리 컵밥 뭐길래…"문 닫을 판" 울상

<앵커>

컵에 밥을 담아서 저렴한 가격에 파는 컵밥이 인기입니다. 하지만 주변식당들은 컵밥 노점상 때문에 손님이 끊겼다며 울상입니다. 영세상인들끼리 애처로운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컵밥 한 그릇의 가격은 2500원,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입니다.

가난하고 바쁜 수험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슬리퍼 차림으로 가방 든 손으로 숟가락질까지 해가며 오가는 사람 피해 길에 서서.

불편하지만 간편하게 컵밥으로 한 끼 뚝딱 해결합니다.

[이동환/공무원 준비생 : (일반 식당이랑 비교하면 얼마나 싼 거에요?) 보통 한 500원~1000원 정도. 돈을 제가 벌어서 공부를 하는데 500원 1000원도 크거든요.]

[빨리 먹고 빨리 들어갈 수 있으니까 (고시생들이) 거의 다 이용하죠.]

3년 전 처음 생긴 뒤 점점 인기가 높아져 이제 노량진 일대엔 이런 컵밥 집이 10군데도 넘습니다.

저녁 시간, 컵밥 노점상엔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같은 시각, 근처 식당가 분위기는 영 딴판입니다.

[식당주인 : 요새 없어요, 사람. 저 앞(컵밥 노점)에서 (손님을) 싹 다 가져가서 학생들이 안 들어와요.]

[김재준/인근 식당 주인 : 어제는 (손님이) 아예 없었어요. 사람들이 바로 거기(컵밥 노점) 서서 먹데. 그냥 길 지나가면서 (컵밥) 퍼먹고 지나가데. 업종을 바꿔볼까 (고민 중이에요.)]

2500원 짜리 컵밥에 맞서려다 보니 다른 동네 식당은 밥값을 올릴 때 노량진 식당가는 오히려 염가 출혈경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3000원이 한계입니다.

[(더 내릴 순 없는 거죠?) 남는 게 없어요. 더 내리면 가게 문 닫아야지요 뭐.]

2500원과 3000원이 500원 차이에 고시생은 컵밥으로 몰리고, 생계가 막막해진 식당 주인들은 구청에 불법 컵밥 노점을 단속하라며 몇 달 째 민원을 넣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컵밥 노점이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닙니다.

고기 반찬이라도 올리려다보니 원가도 만만치 않아 박리다매만이 살 길입니다.

[컵밥 노점 주인 : 한 그릇 팔면 안 남아요. 많이 파니까 남지. 한 500원, 1,000원 이 정도. 많이 팔면.]

최근 노량진에 명품거리를 조성한다는 구청 방침이 나온 후론 이마저도 불안합니다.

[생계가 저거(컵밥)니까. 여기서 수입이 안 나오면 (살기가) 힘들지. 그런데 없앤다는 소문이 있어서 좀 많이 불안해하거든요.]

이런 속내를 아는 구청은 단속을 할 수도, 그렇다고 놔둘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입니다.

먹고 살기 힘든 사람끼리 먹고 살기 위해 경쟁하는 애처로운 상황, 노량진의 밥 전쟁은 비단 한 지역만의 현상이 아닌, 몰락해 가는 우리사회 모든 영세 자영업자들의 단면입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채철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