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보건담당 집행위원이 담배회사 관련 로비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자 16일(현지시간) 사임했다.
EU 행정부의 장관격인 집행위원이 부패 관련 혐의로 사임한 것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유로존 위기 와중에 EU 통합이 강화되면서 집행위 등 EU 기관들의 권한이 더 커지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어서 파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존 달리 집행위원이 담배회사 로비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있다는 EU 부패방지청(OLAF)의 조사 보고서가 나오자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집행위와 'EU옵서버' 등의 매체에 따르면 몰타의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낸 달리 위원은 혐의를 전면 부정하고 있으며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싸움에 전념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밝혔다.
OLAF는 지난 15일 조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몰타의 한 사업가가 지난해 달리 위원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스웨덴 담배업체 매치 사에 접근, EU의 담배 관련 법규 개정 시 이 회사에 유리하도록 로비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이 사업가는 매치 사는 물론 달리 위원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
매치 사는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여겨 올해 초 집행위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OLAF는 조사 결과 금품이 오가거나 달리 위원이 부정한 행위에 직접 개입한 어떤 결정적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달리 위원이 이런 불순한 의도의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OLAF는 결론내렸다.
OLAF는 조사 결과를 달리 위원의 출신국인 몰타의 검찰에 넘겼으며 향후 몰타 당국이 추가 수사 등 사법 처리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 2000년 집행위 고위 관료들의 정실인사와 부정 혐의가 드러나자 집행위원 전원이 일괄 사퇴한 이래 장관급 고위 관료가 부패 연루 혐의로 사퇴한 것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투명성위원회(TI) 야나 미터마이어 브뤼셀 지부장은 "근년에 반부패 활동 노력이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EU 상대 로비는 여전히 영향력과 개인적 친분을 판매하는 등의 구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훨씬 더 강력한 부패 방지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인 '유럽기업감시(CEO)'는 내년에 개정될 담배류 제품 법규 개정안 내용을 놓고 브뤼셀에서 강력한 로비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매점에서도 모든 판촉 광고 활동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개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런던 소재 PR회사 루터 펜드라곤과 담배소매업자협회인 CEDT 등이 사활을 걸고 로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로비 사건에서 거론된 매치의 주력 제품인 '스누스(SNUS)'는 티백에 포장된 일종의 씹는 담배다.
EU 국가 내에서 판매가 금지돼 있으나 스웨덴 정부는 EU 가입 당시 자국 내 스누스 판매는 예외로 인정받았다.
유럽에서도 금연 법규가 강화되는 가운데 매치 사는 스누스가 '연기 없는 담배' 임을 강조하며 다른 나라로의 수출 등을 통한 매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U 보건 집행위원, 담배회사 로비 의혹에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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