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3포 세대와 낙인효과라는 멍에

[취재파일] 3포 세대와 낙인효과라는 멍에
이번 글에서는 3포 세대에게 멍에처럼 따라 다니고 있는 낙인효과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낙인효과, 흔한 말로 찍혔다는 겁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높은 청년 실업률로 앞으로 일할 기간이 더 긴 청년들이 직업을 통해 훈련 받을 기회를 잃어버려서 경쟁력 감소를 가져오는 현상입니다. 고용주들이 실업 기간을 거친 인력에 대해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해 임금 등에 있어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장기간 연구를 통해 나타난 결과가 그렇습니다. Mroz와 Savage가 미국 청년들을 상대로 조사해 200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2살에 6개월 실업 경험을 한 청년들이 23살에 8% 임금을 덜 받게 되고 31살까지도 2~3%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regg와 Tominey가 영국 청년들을 상대로 연구를 해 2005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2살 때 1년 동안 겪은 실업 경험이 20년 뒤 13%~21%까지 임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미 1990년대 직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이 실업 기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낙인효과를 겪고 있고, 고용주들은 가급적 실업 기간을 거치지 않은 인력을 선호해 채용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외 연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대학졸업자 직업 이동 경로 조사 통계를 이용해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대학졸업자들의 취업과 임금경로를 분석해 봤더니 2008년까지 실업 상태였던 청년들은 취업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비해 2010년 임금이 월 평균 43만 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대상 취업자 평균 임금이 229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업 경험이 임금을 20% 정도 덜 받게 만드는 요인인 셈입니다. 3포 세대 가운데 실업기간을 거친 인력들은 힘들게 취업을 해도 차별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해 청년 실업자 69만 명이 이런 낙인효과로 본 손해를 계산하면 2조8천억 원에 육박한다는 추산도 있습니다. 이런 낙인효과가 당사자나 조직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사회적, 경제적 낭비를 막으려면 실업 기간을 거친 취업자들에게 암묵적인 낙인효과를 적용하지 않도록 공정한 기회와 평가체계를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는 늦깎이 취업도 못하고,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예 취업을 포기하게 된 청년들입니다. 직업도 없고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업훈련을 받지도 않는 사람들을 NEET(Not Employed, Education, Training) 족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니트족 규모가 90년대 중반 50만 명에서 현재는 13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대졸 이상 고학력 니트족이 8배나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좌절감은 손쉽게 분노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이와 관련된 뉴스는 최근에도 잇따라 있었습니다.  

이미지


역시 결혼, 출산, 취업을 포기하는 3포 세대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있어야 결혼을 준비하고 가정을 꾸려서 출산 계획을 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방식의 지원책으로는 상황 타개가 어렵습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는 기업 지원책이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얼마나 투자를 했느냐에 따라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인데 이를 본격적으로 고용 확대에 초점을 맞추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부분적으로 고용창출세액공제를 통해 투자 규모와 고용 인원 숫자를 연계해 지원하는 제도를 몇 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지원 대상 업종이 제조업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제조업은 지난 2000년 이후 고용 창출에 그리 기여하지 못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제조업은 연 평균 6.4%씩 성장을 했지만 고용은 -0.6%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제조업 위주의 지원으로는 청년 일자리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세제 혜택을 청년층 장기 고용과 연계시키면서 대상 업종을 레저, 오락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젊은 층이 선호하는 분야로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당사자들인 청년들도 현실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고용시장에서 연봉 3천만원 이상 일자리는 5%뿐 인데 구직자들은 모두 그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결국 95%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그보다 낮은 연봉을 노리기 보다는 계속 기다리다가 나중에는 구직을 포기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 기업 인사담당자와 노동경제학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아무리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이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