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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고 나면 걱정인 수입차?

[취재파일] 사고 나면 걱정인 수입차?
자동차 10대 중 1대는 수입차인 시대가 됐습니다. 잘 나가는 수입차. 그런데, 수입차를 사고 후회하는 분들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하나 하나 따져보겠습니다.

수입차 판매 급신장의 비결 중 하나는 진입 문턱을 낮춘 데 있습니다. 차값이 싸졌습니다. 국산차는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리는데, 수입차는 현지보다 싸게 파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는 데 성공한 겁니다.

차값을 내리면서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으로 구매를 유도합니다. 대표적인 게 ‘원금 유예 할부’ 제도입니다. 수입차 매장이나 신문, 인터넷에 광고가 많이 납니다. 3천만 원이 넘는 차를 한 달에 20~30만 원만 내면 몰 수 있습니다. 20만 원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솔깃하지 않으십니까?

상품 구조는 이렇습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차를 인도 받을 때 차값의 30%를 냅니다. 10%는 3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내고 나머지 60%는 이자만 냅니다. 유예가 끝나는 3년 후에 차값의 60%를 갚습니다. 3년 뒤 60%를 갚을 능력이 안 된다면 또 2년 간 원금과 이자를 합쳐 재할부해야 합니다. 원금과 이자를 같이 내니까 월 불입금이 확 불어납니다. 불입금을 낼 수 없다면 차를 중고로 팔아 갚아야 합니다. 문제는 그 때가 되면 중고차값이 대부분 60%에 못 미친다는 데 있습니다. SK엔카가 조사한 결과 3년이 지난 수입차 20개 모델 가운데 중고차값이 신차 대비 60% 이상인 경우는 2종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소유주가 중고차를 팔아 조금이라도 챙기기는 켜녕 자기 돈을 더 보태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한 수입차 딜러는 원금 유예 프로그램은 미끼상품이라고 말해 주더군요. 일단 손님을 유혹해서 매장으로 나오게 만드는 용도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소비자들은 딜러가 설명해줘도 원금 유예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입차 업체들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니 원금유예 할부를 선택한 고객 비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10%는 넘는다는 게 여러 관계자의 말입니다. 심지어 40%에 달하는 회사가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반면, 현대차가 한 달에 5만여 대를 판매하는데 원금 유예를 선택한 고객은 30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20~30대가 수입차를 타고 싶은 욕망에 일단 지르고 본 것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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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산 뒤에는 정비가 문제입니다. 보증 기간에는 쿠폰이 발행돼 웬만한 수리는 걱정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비 시간과 과정이 크게 불편합니다. 국산차는 가까운 카센터를 가면 부품이 다 있기 때문에 수리가 가능하지만, 수입차는 정식 정비센터를 찾아야 하는데 정비센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독일산 수입차의 경우 정비센터 한 곳에서 관리하는 차량이 3천 대가 넘습니다. 국산차는 5백여 대입니다. 환자는 많고 병원은 적으니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운전자들은 최소 2~3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고 예약 없이는 수리가 거의 불가능하니 갑작스런 고장에 대처할 길이 없다고 불만을 털어 놓습니다.

수리비도 비싸 부담스럽습니다. 보험개발원 자료를 보면 차량 앞뒤를 수리할 경우 수입차는 1,456만 원으로 국산차보다 5.6배 비쌌습니다. 공임과 부품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공임은 벤츠가 시간당 6만8천 원으로 가장 비쌌고 토요타가 4만2천 원으로 가장 쌌습니다. 역시 국산차 수리보다 공임이 더 들어갑니다. 부품도 정품이 병행수입 업체보다 5~10% 정도 비쌌습니다. 소비자원은 병행 수입을 활성화하고 객관적인 수리비 검증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다 보니 수입차 오너들 가운데는 신차를 사서 보증 기간 전이나 3년 원금 유예가 끝나기 전에 파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새 차를 사서 3년 간은 별다른 고장이 없으니 신경 쓸 게 없지만 3년이 넘어가면 고장이 날 경우 고스란히 개인이 부담해야는 게 걱정이기 때문입니다. 한 수입차 운전자는 미션이나 엔진 계통에 이상이 생기면 천만 원은 우습게 나갈 거라면서 3년이 지나기 전에 차를 팔고 다른 수입차로 갈아탈 거라고 말합니다. 수입차는 계속 타고 싶고 부대 비용은 너무 많이 들 것 같고... 이런 고민을 하는 오너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합니다.

이런 현실을 수입차 업계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3년 단위로 교체 수요가 생기니 더 없이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지속가능한 시장 구조가 될지 의문입니다. 수입차 업계가 진입 장벽을 낮춰 손님을 끄는 데만 열중할 게 아니라, 차량을 유지 관리하고 장기 보유하는 건전한 소유 문화를 만드는 데 나서야 할 겁니다.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숙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에 서 있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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