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결혼, 출산, 취업 포기한 '3포 세대'는 성장 이슈

정명원 기자 cooldude@sbs.co.kr

작성 2012.10.15 10:05 수정 2012.11.17 14: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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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구별할 수 있는 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 집단이 어떤 연령층인지 아시나요? 대부분 베이비 부머 그룹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사실은 베이비 부머의 자녀 세대가 최대 인구 집단입니다. 1979년에서 92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통계청에서는 전쟁 직후 다자녀 유행으로 형성된 베이비 부머가 역시 자녀를 많이 나아서 생긴 세대라고 해서 ‘메아리’ 라는 이름의 ‘에코세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인구만 954만명으로 국민 5명 당 1명 꼴입니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부머 세대 보다 260만명이나 더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스스로를 ‘에코세대’ 같은 긍정적인 단어로 부르지 않습니다.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할 정도로 힘들게 살고 있다며 자조적으로 ‘3포 세대’ 라고 부릅니다. 이들 세대는 상대적으로 성장기에는 풍요롭게 자랐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엄청난 벽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 동안 다분히 시혜성 접근이었습니다. 운 나쁜 세대니까 도와주는 차원에서 지원책을 내놓는 접근 방식이거나 불쌍한 세대니까 아픈 상처를 달래주자며 위로하는 감성적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주된 인구 집단이 돼 버린 이들 세대의 문제는 그런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한국 경제성장을 좌우할 핵심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정된 지상파 뉴스 시간에 매일 2분 넘게 이 문제를 연속으로 다루면서 심층적으로 접근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3포 세대들은 암담하고 답답해 했습니다. 취업이 안 되니 결혼을 생각할 수 없고, 겨우 취업이 되더라도 결혼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급락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득대비 높은 수준인 집 값과 전세 값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으니 결혼 시기를 미루게 됩니다. 늦은 결혼은 출산에 대한 고민도 키웁니다.

최근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Richard Dobbs 소장은 기획재정부 초청으로 한 강연에서 이들 3포 세대는 우리 나라뿐 아니라 OECD 국가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 세대보다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 돼 버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과거에는 노동 수요가 계속 확대되면서 모든 계층의 임금이 늘었고, 금리와 상품가격은 하락하는 추세 때문에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부유해 질 수 있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아니라는 겁니다. 기술변화로 인해 구조적으로 노동 수요는 감소하고 있고, 기업들의 까다로운 인재 채용 방식 등으로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는 확대될 것이고 이미 늘어난 정부와 가계의 빚 문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구조적으로 3포 세대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점은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 전망 분석을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3포 세대는 부모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보다 260만 명이나 많지만 일하는 사람은 부모세대보다 35만 명이 적고, 평균 수명은 늘어나면서 일은 훨씬 더 오래 할 전망이지만 연금은 적게 받게 됩니다. 현재 수준을 기준으로 남은 생애 동안 정부에 내야 하는 세금을 비교해 봐도 현재 50세는 3,815만원인데 비해 20세는 2억9천640만원이나 됩니다.

이런 분석을 하면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살아온 나라이고 앞으로도 수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높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까 우선 수출 지원이나 해야 한다”는 반박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상황이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요 수출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은 청년 실업이 20~40%에 이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 세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7천5백만명이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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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아예 ‘잃어버린 세대’ 라고 할 정도인데 앞으로 5년 동안은 청년 실업 상황이 더 심각해 질 전망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앞으로 선진국의 청년실업률이 감소한다면 이는 노동시장의 개선 때문이 아니라 직장을 얻지 못해 낙담한 젊은이들이 아예 구직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생기는 착시 현상이 될 것” 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오죽하면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이 “세계 경제에 출현한 이 세대의 문제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시한폭탄” 이라고 경고까지 했겠습니까? 우리가 물건을 만들어도 주요 수출 시장에서 이걸 사줘야 할 소비자들이 호주머니 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뜻입니다.

수출이 어려우면 내수 시장이라도 늘려야 하는데 3포 세대의 저출산 경향이 굳어지면 내수 시장에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출산 지원 문제를 복지 차원이 아니라 성장 차원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지난 해 우리 나라 출산율을 보면 평균 1.24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현재 수준의 저출산 기조만 유지돼도 성장 잠재력에는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됩니다. 앞으로 9년 뒤부터는 국내 취업자 숫자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18년 뒤인 2030년 부터는 현재 3.5%대인 잠재성장률이 1%대로 주저 앉게 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겪었습니다. 일본은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세대인 고령 세대가 저출산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대응 시기를 놓치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습니다. 세대 간의 이해관계 차이와 이로 인한 정치권과 정부의 판단 착오가 어려움을 악화시키게 한 원인 중에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프랑스는 출산율이 떨어지자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는 재정을 출산과 육아 지원에 쏟아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OECD 국가 가운데 출산율이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평균 2명을 넘어섰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가 출산과 보육에 쏟는 재정은 GDP의 0.8%, 그것도 시혜적 복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수준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쉬운 방법은 없습니다.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서 출산율을 높이던가 아니면 이민 문호를 확대해 부족한 경제활동인구를 충원하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따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겠죠. 다른 하나의 방법은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이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FTA 수준을 이루면서 활발한 인적, 경제적 교류를 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협력을 강화해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인구 구조가 우리는 역 피라미드 형태지만 북한은 우리와 반대로 피라미드 형태여서 서로 보완적인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3포 세대의 문제로 인한 저출산, 저성장의 덫은 상당히 먼 미래인 것 같지만 사실은 얼마 남지 않은 현실입니다. 지금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일본의 암울한 전철을 밟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3포 세대의 낙인효과와 일자리 문제 등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