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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안철수 공방에 다 이유 있다!

정당 후보론 vs 무소속 대통령…단일화 한다? 안 한다?

[취재파일] 문재인-안철수 공방에 다 이유 있다!
"나의 이슈 (my own issue)로 상대방을 공격하라." 선거 캠페인학에서 전통적인 이론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강점인 의제를 던져서 상대방을 나의 프레임에 묶어 두는 전략입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최근 야권 단일화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양상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선제적으로 펀치를 날린 측은 문재인 후보 측입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9일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안철수 후보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서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한 나라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당일 언론사 주최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 대표의 이런 주장을 반박했죠. "무소속 대통령은 국정운영 불가능이라고 하셨는데 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공방이 격화된 것은 다음날이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금물"이라고 했습니다. "그저 단일화로는 충분하지 않고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입니다. 문 후보는 이전에도 책임있는 정당정치를 강조하며 당 기반이 없는 안 후보를 겨냥한 적은 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정당 후보론'을 고리로 안 후보를 몰아 붙인 겁니다.
 
안철수 후보도 즉각 응수했습니다. 대전 시내를 걸으며 시민들과 만나던 중에 기자들에게 문 후보의 발언 내용을 듣고 바로 반박한 것입니다. "지금 상태에서 여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밀어 붙이기로 세월이 지날 것 같고,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그럴 바에야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무소속 대통령론'의 논리를 세웠습니다.

자, 그러면 현 상황에서 단일화 없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필패할 가능성이 큰 두 후보가 왜 서로에게 대립각을 키웠을까요? 쉽게 생각하면 야권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였겠지요.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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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가 발언한 장소를 보면 좀 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문 후보가 이런 말을 한 곳은 민주통합당 전북도당 당원 간담회였습니다. 전북 지역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를 앞선다는 게 중론입니다. 자기보다 지지율이 높은 안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필요성이 컸겠죠.

문 후보가 추석 전 호남을 방문해 참여정부 시절 호남 홀대론과 대북 송금 특검에 대해 사과하며 민심 끌어안기를 시도하면서 호남의 지지율이 다소 상승하는 추세였습니다.

그런데, 안 후보가 추석 이후 호남으로 달려 갔습니다. 꽤 긴 2박 3일 일정이었죠. 안 후보가 처가가 여수인 점을 내세우며 '호남 사위론'을 외쳤어요.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르긴 하지만, 호남의 민심이 다시 안 후보 쪽으로 돌아서는 분위기였습니다. 광주 MBC가 지난 6, 7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볼까요. 단일화 지지도에서 안 후보가 55.3%였고,문 후보가 31.0%로 격차가 24.3%p로 예상 외로 컸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니지만, 시사점을 주는 자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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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 입장에서 봐도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었을 것 같습니다. 추석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 추이는 다소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지율을 다시 끌어 올릴 카드가 필요하겠죠. 안 후보의 경우, 박근혜, 문재인 후보보다 출발이 늦었고, 당과 같은 확실한 지원 기반이 없습니다. 대중들을 관심을 끌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는 자신의 최대 강점인 기존 정당의 구태정치와 차별되는 '새 정치', 즉 정치 혁신을, 그것도 더욱 높은 수위로 외쳐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안 후보는 그 다음날에서는 먼저 선공에 나섰네요. 지난 11일 청주 교육대 초청 강연에서 문 후보의 '정당 후보론'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였습니다. "지금 와서 정당 후보론'을 꺼내는 것은 참 어처구니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같은 당 안에서 서로 손가락질 하고 대통령에게 탈당하라고 하고, 대통령을 무소속을 만들었는데, 정당이 이런 책임을 진 적이 있느냐"고 공격했죠.

그리고 정당 개혁을 촉구하는 자신에게 해답까지 묻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습니다. "자기 집 대문을 수리해야 하는데, 옆집 가서 물어 보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러던군요. "안철수가 달라졌다. 결기가 느껴진다"라고. 안 후보의 이틀째 공세는 전략적 발언이라고 봐야 하겠죠. 안 후보의 발언에 앞서 김성식 선대본부 공동 총괄본부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김 본부장은 "문 후보가 추석 이후 확장성에 한계가 나타나면서, 국민이 식상한 '정당 후보론'을 내세운 모습이 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발언을 들은 뒤 "아유 정말, 그렇게 험한 말을.."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대응은 자제했죠. 문 후보 선대위도 확전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확연합니다. 캠프 내부에서는 '천재형 지식인의 한계', '정치 경험 부족', '이상적인 얘기' 등 안 후보를 향한 볼멘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선대위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캠프 간 감정적 대립으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측이 던지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정당 혁신'의 주도권을 쥔 것은 아무래도 소속 정당이 없는 정치 신인인 안 후보이기 때문이죠. 좀 심하게 표현하면, 자기 집 밖을 나가 상대방 안방에 가서 싸울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상대방이 던진 의제에 응수는 해야 합니다. 대응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뭔가 찔리는 게 있구나. 먼저 얘기한 사람 말이 맞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짧게 대응한 뒤 국면 전환을 해야 하겠죠.

내가 자신있는 의제를 던져서 화제를 돌리고 상대방을 묶어야 합니다. 실제로 문 후보는 '경제 민주화', 그 중에서도 박근혜, 안철수 후보보다 더 선명한 '재벌 개혁' 의지를 천명하고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할퀴고 상처를 주는 일들도 벌어질 가능성도 있고요. 하지만 문 후보와 안 후보 캠프 모두 단일화를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단일화를 논의하다간 '정치공학적 접근'이라고 공격 당할 게 뻔하기 때문이죠. 문 후보보다는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 논의 시기를 더욱 늦춰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안 후보가 "정치 혁신이 우선"이라고 일관되게 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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