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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드러그스토어 확장에 대한 단상

[취재파일] 드러그스토어 확장에 대한 단상
주변에 하나 둘씩 생겨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그리고 새로운 형태를 띠는 매장들. 그 한편에서 우리도 좀 먹고 살자는 영세상인들의 외침이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까운 곳에 어떠한 형태든 유통점이 있으면 좋을 겁니다. 다양한 상품이 있고, 물건 사기도 편하고, 그리고 시장에 가는 것과는 다른 뭔가 세련된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요. 기실, 많은 사람들이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차별적 확장에 맞서 골목 상권을 좀 지켜달라는 영세상인들의 외침에 눈을 감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영원히 소비자인 사람은 없다는데 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골목 상권과 관련해 취재를 하다 중소상인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부터 규제도 좀 하자고 하고, 앞장서서 반대도 좀 할 걸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상당수의 중소 상인들은 은퇴 후 창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인데, 마침 창업을 하고 나니 회사를 다니면서 ‘소비자’였던 입장에서는 안 보였던 어려움이 보인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얘기입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착실히 월급을 받다보니 자신은 골목 상권이라는 것과는 관계가 없는 '소비자‘로만 머물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합리적 소비라고 생각하면서 값이 싼 것처럼 느껴지는 대형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고,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몰면서 쇼핑을 하는 문화를 즐겼다고 합니다. 대형마트를 규제하자는 이야기를 하면 “내가 불편해 지는 것을 왜 규제해?”라는 생각에 그런 목소리를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정년에 이르거나 회사에서 밀려 퇴직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기업이라는 괴물이 슈퍼마켓이나 빵집 등으로 목을 죄어오는데,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소리쳐도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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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허점 속에 무한 확장하는 드러그스토어

이제 드러그스토어 이야기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드러그스토어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드러그스토어,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인지 잘 모르실겁니다. 하지만 CJ올리브 영이나 GS 왓슨스라고 하면 쉽게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화장품 가게 같기도 하고, 편의점 같기고 한 이런 점포들이 최근 많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최근’이라는 시점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즉, SSM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던 시점과 거의 비슷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최근’이라는 시점에 대형유통업체인 이마트와 농심계열의 메가마트가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든 것이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드러그스토어는 그 이름이 생소한 만큼 대형마트나 SSM, 편의점과 같은 전통적인 유통업체의 분류에 들지 않습니다. 이러다보니 드러그스토어는 지자체 등의 규제에서 제외되어 있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 제품 구성을 하더라도 법적 규제 등에 있어서는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기존과 다름없이 장사를 하지만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으니 기업으로서는 더할 나위없는 좋은 상황입니다.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드러그스토어는 이런 규제의 허점을 노린 기업의 집요한 공세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매장의 구성은 처음에 선 보였던 형태와는 달리 최근에는 생필품이나 식음료 구성을 늘리면서 SSM이나 편의점과 비슷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매장에 가는 것 보다 뭔가 있어 보이고, 세련된 느낌을 줘서인지 드러그스토어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커피프랜차이즈인 카페베네가 매장을 내고 시장에 뛰어들고, 유통 공룡인 롯데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규제에 허점이 보이자 커피업체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기업은 그 탐욕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한편에는 고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있습니다. 지금의 자영업자들이 자영업자가 아니었던 과거의 자신이 그랬듯이 이들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고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볼 일입니다. 자영업자와 관계가 없는 사람이 있을지. 특히 드러그스토어의 주된 고객이라는 20, 30대 여성들은 어떨지.

◈“나중에 알게 될 것을 지금 알게 된다면….”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 은퇴를 하고 마땅히 할 것이 없으니 상당수가 창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소위 7080세대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의 나이는 대략 55세 전후, 자식들의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 되는 나이입니다. 드러그스토어를 주로 방문하는 세대와 나이가 겹칩니다.

즉, 젊은 세대가 자신이 좋아서 방문하는 상점이 자영업을 하고 있거나 창업을 준비 중이고, 창업을 할 가능성이 높은 자신의 부모님의 목을 조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당장 자신에게 좋고 유리하다는 근시안적 판단이 종국에는 칼이 되어서 돌아올 수 있는 겁니다. 늦은 나이에도 부모님께 의지하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님께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자신에게 직접 미치게 될 겁니다. 지금 자신은 눈 감고 있는데 자신이 어려워 졌을 때 “우리 집이 힘드니 도와 달라, 우리도 좀 살게 해 달라”고 소리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돌아볼까요?

‘착한 경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등 온갖 수식으로 치장된 경제 조어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바라는 경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조그만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요? 많은 자영업자들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으면’이라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 세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알게 될 것을 지금 알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대기업의 무한 확장과 자영업자의 외침을 보면서 사람들의 무관심이 계속된다면 나중에 정작 자신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주변에는 아무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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