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실적에 문제가 없어도 교수가 학생을 싫어하면 졸업이 되지 않는다. 어떤 학생은 9년간 졸업을 거부당한 끝에 술에 취해 칼을 들고 교수를 찾아갔다고 하더라."
서울대 인권센터가 10일 '서울대의 인권, 어디에 있나'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학내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는 학습권과 노동권 등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해온 대학원생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있었다.
교수가 대학원생의 '생사 여탈권'을 쥔 구조와, 대학원생을 교수의 '아바타'로 만드는 지시 위주의 일방통행식 소통이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도한 업무로 공부·연구 못해…교수 '개인 비서' 되기도 = "출장 간 교수님 빈집 가서 개밥을 줬다." "이삿짐 나르고, 교수 아들 생일파티 때 풍선 불고, 교수 아내 비행기표도 예매해줬다." 설문조사에 응한 서울대 대학원생 1천352명 중 11.1%는 '비서'처럼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한 대학원생은 조사에서 "교수가 학생을 시키면 돈도 안 들고 잘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등 여러 업무를 처리하느라 자신의 공부나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수를 못 받았다는 응답도 27.8%에 달했다.
"실험실에 하루 12시간은 있었는데 처음엔 장학금만 받고 월급이 없었다. 박사 진학하고 생활비 구할 길이 없어 얘기하자 월 40만원씩 받게 됐다"고 증언한 대학원생도 있었다.
"프로젝트와 BK장학금 등 학생 명의로 나오는 인건비가 천만원 이상 되는데 일부만 학생에게 지급하는 교수도 있다.
연구원들 인건비 통장과 도장은 교수님이 다 가지고 있으니 돈을 다 어디에 쓰는지는 교수 외에 아무도 모른다."는 증언도 나왔다.
◇논문 대필·가로채기에 '졸업 감사비'도 = "중요한 학회지는 교수가 직접 쓰지만 '연구실적 채우기' 용일 때는 조교들에게 주제와 분량 등을 정해주고 대필시키기도 한다." 교수가 논문을 대필시키거나 대학원생의 논문을 가로챘다는 응답도 8.7%였다.
이런 사례는 단과대학별로 공대 19건, 자연대 15건, 사회대 13건 순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학위 논문을 교수가 자신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 연구 업적으로 가져가려고 공동저자를 제의하거나, 학생이 논문으로 쓰고 싶어한 내용을 교수가 특허로 내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졸업을 위한 학위 논문 심사 때 교수에게 돈을 내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요는 아니고 자발적으로 내는 '감사비' 형식이다. 지도교수에게는 현금으로, 다른 심사위원들에게는 상품권으로 지급하면 교수는 랩장에게 졸업하는 학생에게 양복 사주라고 하는 식으로 돌려주기도 한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만 관행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성희롱ㆍ성폭력에 폭언과 욕설도 = "여자는 나이 들수록 가치가 떨어지니 일찍 결혼해야 한다, 여자는 머리가 안 좋아서 공부 많이 해도 훌륭한 사람이 못 된다는 말을 들었다." "과 엠티 술자리에서 윗사람이 여자 대학원생을 끌어안으며 가슴을 만지는 일도 있었다." 교수나 대학원 선배, 동료 등에 의한 성차별과 성희롱, 성폭력에 시달리는 대학원생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로부터 성 비하 발언을 당했다는 대학원생은 19.8%, 분위기 고조를 강요당했다는 대학원생은 19.2%였다.
성차별과 성희롱 등의 피해는 여자 대학원생이 남자 대학원생보다 더 많이 입었고, 박사과정 대학원생 피해자가 석사과정 대학원생 피해자보다 약 두 배 가량 많았다.
(서울=연합뉴스)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침해 백태…"교수는 왕?"
교수 '비서' 일에 논문 대필…성희롱·성차별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