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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단어 '에바'…초등학생 언어는 외계어?

<앵커>

생선이 뭡니까? 고등어 같은 물고기지요. "엄마 올해는 생선으로 구두 사 줘." 아이가 이렇게 말하면 어떻습니까?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생각하시면 요즘 아이들 언어를 잘 모르시는 겁니다.

초등학생들이 외래어도 아니고 외계어를 쓰고 있습니다.

최재영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요즘 친구끼리 자주 쓰는 말에 물어봤습니다.

아이들 입에서 생소한 단어들이 끝없이 나옵니다.

[('에바'라는 말이 뭐야?) 너무 심하다. '생파'는 생일파티. 대박 대박.]

중학생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썸타요'가 뭐야?) 남녀 간 썸씽을 만들어 내는 것, 둘이 사귀냐? 이런 말이에요.]

그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은어.

그 속에 있는 비속어와 줄임말 사용은 대학생이 돼도 그대로입니다.

[차재홍/대학생 : 저희끼리 아는 용어를 좀 줄여 쓰긴 하는데 그럴 땐 이제 담배계단에서 만나자고 그러면 줄여서 '담계'라고 쓰기도 하고.]

이렇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한글이 파괴된 그들만이 아는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성세대들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기성세대들에게 그들의 언어는 마치 외계어 같았습니다.

[김동윤/직장인 : ('썸타요'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잘 모르겠는데요. ('생파'는 무슨 말일까요?) 글쎄요, 그것도 잘 모르겠는데요. ('생선'은요?) 어물을 생선이라고 그러잖아요.('에바'라는 건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어요?) 아니. 잘모르겠네요.]

초등학교 6학년이 블로그에 올린 일기는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정순연/직장인 : 아니오. 잘 모르겠네요.]

[이윤지·이영호/경기도 용인시 : 이게 뭐예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외국말 같아요.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데 반은 이해가 안 되고.]

학생들과 기성세대 사이에서 점점 벌어지는 언어의 간극.

국어학자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가족 해체, 입시위주 교육, 핸드폰 문자 사용 확산. 이런 새로운 환경이 학생들의 언어문화를 새롭게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혜정/대학생 : 어차피 다 한글 잘 아는데 우리끼리 줄여 쓰면 괜찮지 않을까요?]

지나치게 고립되고 있는 학생들의 언어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읽기와 쓰기 교육이 중요합니다.

[박인기/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 읽기와 쓰기를 대중문화 영역이 됐든 아이들의 놀이문화 영역이 됐든 읽고 쓰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문화적 활동들이 아이들한테 같이 다가가셔야 하겠다.]

무엇보다 가정에서부터 올바른 언어가 뭔지 알려주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국어학자들은 강조합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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