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지난 3일 첫번째 TV 토론에서 선전한 롬니가 오바마와의 거리를 상당히 좁힌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토론 전 3~5% 포인트 벌어져 있던 지지율 격차가 1~3% 포인트로 좁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 격차면 그야말로 박빙, 누가 이길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혼전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한국의 경우이고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미국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미국은 주요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간접선거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선출한 대의원들이 모여서 대통령을 뽑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뽑았던 유신헌법이 생각나시겠지만 미국의 간접선거제는 그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지 지금부터 매우 독특한 미국의 선거제도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미국인들이 간접선거 방식으로 대통령을 뽑는다고는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미국의 선거일로 알고 있는 11월 6일, 미국의 유권자들은 투표를 합니다. 이 투표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되지만 사실은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뽑는 것입니다. 선거인 수는 연방 하원의원 수 435명에 상원의원수 100명, 그리고 워싱턴 D.C.의 3명을 더해 모두 538명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독특한 점은 투표결과에 따라 선거인 수를 나눠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사람이 그 주에 할당에 선거인을 모두 몰아 가는 이른바 '승자독식제'를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네브라스카와 메인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제도지만 연방국가로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은 이 제도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도가 이렇다 보니 '이기고도 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체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대의원 수에서 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0년 대선입니다.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총득표에서 53만 7천여 표를 졌지만 재검표와 연방 대법원 소송까지 간 끝에 선거인 총합에서 고어보다 5명이 많은 271명을 확보해 백악관의 주인이 됐습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만 어쨌든 미국은 그렇습니다.
다음은 선거인단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선거인 수는 캘리포니아가 55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남부의 텍사스로 38명, 그 다음으로는 플로리다와 뉴욕주가 29명, 펜실베니아주가 20명 이런 순서입니다.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와 몬타나, 메릴랜드등 8개 주와 워싱턴 DC는 단 3명의 선거인만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9개 지역의 선거인 수를 다 합해도 27명으로 캘리포니아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즉 선거인 수가 많은 11개 주에서만 이기면 대통령이 되는데 필요한 271명의 선거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과연 연방국가의 취지에 맞느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옵니다. 그렇다면 후보들이 선거인수가 많은 캘리포니아나 텍사스주를 뻔질나게 드나들 것 같지만 그건 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오레건, 워싱턴주 등 서부 해안을 따라 있는 주들과 뉴욕, 뉴저지 등 동부 해안 지역의 주들은 민주당의 표밭입니다. 반면 중서부 지역과 남부의 주요 주들은 공화당의 전통적인 표밭입니다. 다시 말해 캘리포니아주에 할당된 55명의 선거인단은 이미 오바마 대통령 몫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런 주에 후보들이 갈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반면 선거 때마다 지지후보들이 바뀌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 번역하면 '경합주'라고 하는 곳입니다. 미국에서는 10개 내외의 이런 경합주가 있는데 사실 미국의 대통령을 결정하는 곳은 바로 이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언론들은 콜로라도와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건, 오하이오, 플로리다주 등을 경합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곳이 남동부의 플로리다와 북동부의 오하이오주입니다. 플로리다주는 선거인 수가 29명, 오하이오는 18명으로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특히 플로리다주는 투표 성향이 높은 고령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어서 역대 대선에서 여기서 지고 선거에 이긴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공화당이 올해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여기서 연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하지만 지금 플로리다주에서 롬니는 오바마를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의 대선 토론 이후 두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 '스윙스테이트'를 잡지 못하면 롬니가 오바마를 추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취재파일] 미 대선 "이것이 궁금하다"②...아직도 오바마가 앞서는 이유
이기고도 질 수 있는 '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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