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는 분명히 작심을 하고 나온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아주 사소한 전투에서 조차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매우 치밀하고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나왔습니다. 설득력있는 사례와 수치, 게다가 오바마가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몇가지 의도된 거짓 수치까지 준비했습니다. 정치는 이런 겁니다. 당황한 오바마의 말은 길었지만 포인트는 찾지 못했습니다. 공격을 할 때조차 롬니를 쳐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바마는 종종 말을 더듬거리면서 전혀 그 답지않게 토론에 임했습니다. 뉴스전문 채널 MSNBC의 한 출연자는 "오늘 밤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느냐?" 고 비꼬았고 오바마에게는 프롬프터가 필요해 보였다는 치욕적인 말까지 나왔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오바마가 왜 이랬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TV 토론은 이미지를 보여줄 뿐이고 그 내용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과거 TV 토론이 항상 그랬습니다. TV토론이 처음 시작된 1960년 당시 공화당의 닉슨 후보는 TV의 영향력을 우습게 생각했던지 분장을 거부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모습으로 화면에 비춰졌고 그것만으로 젊고 패기넘치는 케네디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73살의 나이로 재선에 도전했던 레이건 대통령은 젊은 상대 먼데일의 "젊음과 경험없음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말 한마디로 승리했습니다. 정치가 이런 것이고 TV토론이 이런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는 자신만만했겠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을 겁니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어제 밤 분명히 롬니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 새롭게 인식했을 겁니다. 롬니를 오바마의 들러리로 생각하던 미국 언론들의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미국 대선이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어제 토론으로 1%에서 2.5% 정도의 유권자가 생각을 바꿨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토론 직전 오바마가 3 ~4%p 정도 앞서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 해 볼만한 상태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곤경에서 빠져 나오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물적인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래서 오는 16일, 22일 열리는 두 차례의 토론에서 오바마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어제는 네거티브 공세를 최대한 피했지만 앞으로는 좀 더 공격적으로 나올 게 분명합니다. 롬니의 '베인 캐피털' 스캔들과 납세 실적, 47% 발언등에 대해 어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첫 패배가 오히려 그에게는 약이 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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