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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금 낼 돈 없다며 미술품으로 재태크 한 병원장

[취재파일] 세금 낼 돈 없다며 미술품으로 재태크 한 병원장
고액의 현금으로 거래되는데 장부는 없는 자산이 바로 고가 미술품입니다. 작가들의 생계와 미술거래 활성화를 위해 운영되는 이 방식을 고액체납자들이 악용하고 있습니다. 세금은 수억 원이나 체납해 놓고  낼 돈은 한 푼도 없다고 버티면서도 체납 기간 동안 몰래 미술품을 사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미술품 거래를 통해 시세 차익까지 보는 양심불량 체납자도 있습니다. 국세청이 지난달 처음으로 고액 체납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들을 추적해 밝혀낸 사실들인데 유형들을 보면 제각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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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양심불량 재테크 족. 치과 병원장 A씨는 세금 2천만 원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체납했습니다. 그래놓고선 영국의 크리스티, 일본의 신와옥션 등 세계적인 경매회사로부터 거래가 잘 이뤄지는 유명 작가의 그림들을 사들였습니다. 일본의 현대미술 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Fallen Flower’를 1억 2천만 원에 낙찰을 받는 등 5억 원 상당의 미술품을 사들여 국내로 반입했습니다. 그런 뒤 이 작품들을 경매를 통해 다시 팔아서 시세차익을 챙기고 자금은 숨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음은 음악사랑 족. 유흥업소 사장 B씨는 68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체납해 놓고선 해외를 자주 다니면서 부인 명의로 프랑스 유명 악기상에서 명품 악기를 샀습니다. 장 밥티스트 뷔욤의 ‘Cello’였는데 경매 낙찰가만 1억 2천만 원이나 되는 악기입니다. 물건을 국내에 들여온 것까지는 확인이 됐는데, 어디에 뒀는지 이미 팔았는지는 확인이 안 돼 아직 국세청이 압류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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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사랑 족인 체납법인 사장 C씨는 국내 경매 낙찰총액 1위 작가인 이우환 작가의 ‘조응’을 1억 원에 낙찰 받아서 회사에 보관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세청에 정보가 입수돼 조사반이 그림 압류에 들어가자 바로 체납세액 1억 5천만 원을 한 번에 냈습니다. 돈은 있었는데 그 동안 세금 내기 싫었다는 뜻입니다.

완전 범죄형인 소아과 의사 D씨는 세금 5천만 원을 체납했는데 국세청이 아무리 찾아도 D씨 명의의 재산은 한 푼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통관자료를 보니 D씨 부인이 도자기 등 골동품과 미술품 7억 원 어치를 들여 온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국내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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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집에 찾아가 봤더니 역시나 거실에는 조선말기 천재화가 장승업의 ‘영모도’가 걸려있었습니다. 경매낙찰가 7천만 원짜리 작품입니다. 현재 국세청은 이 작품을 압류하고 체납 세금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그림을 압류하면 한 달 정도 시간을 주고 체납 세금 납부를 요구한 뒤 내지 않으면 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공매에 넘깁니다. 물론 시간을 줘봐야 낼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양심불량 체납자의 자산은 바로 공매처리 합니다.

고액체납자들이 유독 미술품을 ‘사랑’하는 것은 예술적 취향이 높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세금을 안 내려고 숨긴 돈으로 사두기에 좋은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은 국세청 추적에 드러날 수 있지만 고가 미술품은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되는데다 공식장부도 없어서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세청 조사팀 스스로도 현재 제도로는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을 정도입니다.

더욱이 이들이 주로 구입한 작품들을 보면 경매에서 활발하게 거래가 되는 작품들이었는데, 경매업계 관계자 설명으로는 언제든지 돈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환금성이 뛰어난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경매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아서 쉽게 거래될 수 있는 국내외 작가들 작품을 주로 구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숨긴 돈으로 재테크를 하기 위한 의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국세청이 처음으로 지난달 체납자들의 미술품 실태를 추적해서 압류를 했는데 30명에게서 23점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미술품이 건너간 정황까지 확인됐는데도 소재를 찾지 못해 압류하지 못한 경우도 조사 대상의 절반은 됩니다.

체납자들이 고가 미술품으로 재테크까지 하는 양심불량 행태를 막으려면 고액현금거래 등 금융정보의 접근권한 확대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제한적으로만 금융거래정보를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인데 조세 정의를 위해선 법개정을 신속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유리지갑으로 세금을 착실히 내고 있는 봉급생활자들이 허탈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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