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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교육은 외국인학교의 '봉'일뿐

[취재파일] 우리 교육은 외국인학교의 '봉'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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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유명 외국인학교 입학 담당자는 요즘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개교 전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자녀만으로 정원을 다 채울 수 있을까 몹시 걱정했었는데 이제 와 보니 기우였다. 입학시켜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물론 외국인이라며 온 이들이 몹시 수상쩍기는 하다. 생김새와 행동거지는 완전히 한국 사람인데 온두라스, 과테말라 여권을 내놓는다. 심지어 시에라리온 시민권자도 있다. 오랫동안 내전으로 시달려온 그 나라에 진짜 거주했을까? 하지만 관심을 끄기로 했다. 애써 진실을 밝힐 이유가 없다. 그저 비싼 학비나 잘낼 수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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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외국인학교 교장은 올해 학비를 또 올렸다. 이젠 3천만 원을 훌쩍 넘었다. 한국 대학 등록금 평균이 8백만 원대라던데, 그래서 너무 비싸다고 대학생은 물론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던데, 그래도 우리 학교 학부모들은 군말 없이 학비를 낸다. 한국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정말 헌신적이다. 나조차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교육시킬까 고민했을텐데 말이다. 덕분에 학교만 신났다. 지난해 순이익이 무려 25억 원을 훌쩍 넘겼다. 교육으로 이렇게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니…. 대한민국은 정말 꿈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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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외국인학교의 설립자는 무려 백60억 원의 학교 돈을 빼내 자신이 운영하는 또다른 외국인학교에 지원했다. 경기도 외국인학교의 이름으로 80억 원을 은행에서 빌리고 나머지는 이 학교 돈으로 마련했다. 학교 이름으로 80억 원 넘게 빌려주다니. 한국의 금융권은 학교에 매우 우호적인가 보다. 이 돈 가운데 60억 원은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려버렸다. 속이 몹시 아프지만, 괜찮다. 만약 한국의 사학재단이 이런 일을 벌였다면 난리가 났겠지만 난 외국인학교 설립자니까. 별 문제 없을 것이다.


국내 외국인학교를 무대로 벌어진 3가지 장면은 물론 제가 조금 각색한 내용입니다. 주인공들이 실제 무엇을, 어떻게 느꼈는지는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접촉을 거부하니까요. 하지만 벌어진 일들은 모두 사실입니다. 이런 일들이 교육기관에서 벌어지다니, 정말 어이가 없죠.

하지만 책임을 다 이들 외국인학교에만 돌릴 수 없습니다. 아니, 더 큰 책임은 이렇게 되도록 방치한 우리 교육 당국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에 51개의 외국인학교가 있는데요, 이 학교들 가운데 관할 시도 교육청이 감사를 해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이들이 입학 사정을 법규대로 하는지, 수업료를 받아서 적절히 쓰는지, 해외로 얼마나 보내는지 등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외국인학교를 이렇게 무풍지대로 놔두는 것일까요?

사실 지난 2009년에 제정한 외국어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대통령령은 원칙적으로 관할 교육청이 외국인학교를 지도 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해놨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선 교육청들은 해당 법령이 관리 주체만 원칙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지, 제제 조항이나 시행 세칙이 마련되지 않아 아무 실효성이 없다고 말합니다. 또 외국인학교는 국내 교육 체계 내에서는 학력이 인정되지 않고 아무런 재정적 지원도 받지 않기 때문에 강제 조치를 할 수단도 없다고 설명합니다. 법적, 제도적 정비도 미흡하고, 의지도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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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점에 대해 SBS를 비롯해 언론매체들이 잇따라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내자 급기야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섰습니다. 교과부는 우선 각 시도 교육청으로 하여금 이달 말까지 전국 51개 외국인 학교 전부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무자격 학생의 부정 입학이 있었는지, 내국인 비율 30% 규정을 지켰는지 등을 철저하게 조사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래서 부정 입학을 한 경우에는 입학을 취소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리고, 내국인 비율 규정을 어긴 학교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시정 계획서를 받아 엄격히 심의하겠다는 것입니다.

외국인학교의 입학 업무 지침도 정비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학생과 학부모의 여권 사본과 출입국 증명서만으로 입학 여부를 결정했는데요, 앞으로는 부모의 외국인등록증이나 외국 학교의 6학기 이상 성적증명서도 제출받아서 실제 외국에 체류했는지를 철저히 검증하도록 했습니다.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됩니다. 그동안 시도 교육청의 정기 감사에서 외국인학교가 제외됐지만 앞으로는 연간 감사계획에 따라 집중 감사를 받게 됩니다. 또 투명한 학교 회계운영을 위해 학부모가 학교에 내는 비용 일체를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시정명령을 듣지 않는 외국인 학교에 대해서는 정원 감축이나 학생모집 정지 등 실질적인 행정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교과부가 외국인학교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뭔가 대책을 찾고 시행에 나선 점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의 법규를 따르지 않거나 시정명령을 무시하는 외국인학교에 대한 제재조치를 정비한다면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대책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우리 교육당국의 외국인학교에 대한 철학 부재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외국인학교의 교육 대상은 누구인지, 내국인도 입학을 허용한다면 적정 규모는 어느 정도일지, 국내의 교육 정책 속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줘야 하고 얼마나 규제나 감독을 해야 할지, 우리 교육당국에는 정리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2009년에 외국인학교에 대한 설립 문턱만 대폭 낮춘 것이 이런 문제를 불러온 것이죠. 결국 우리 교육 시스템 속에서 외국인학교의 역할과 위치, 규모에 대해 더 깊히 고민하고 그래서 더욱 명확하고 분명한 판단을 내려야만 우리 교육이 외국인이나 외국 교육기관의 봉 노릇 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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