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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전거로 가는 귀성길

[취재파일] 자전거로 가는 귀성길
얼마 전 주말, 우연한 기회에 지인들과 새로 깔린 ‘자전거 길’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강을 지나, 경기도 양평까지 약 40여 km를 달렸습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자전거 탈 체력이 될지 걱정이 컸지만, 잘 만들어진 자전거 길을 따라 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가다 보니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렀다가 자전거를 타고 충북 충주에서 양평까지 올라온 자전거 동호회 일행을 만났습니다. 고향 친구였던 이들은 아침 일찍 출발해 고향인 양평까지 자전거로 왔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한 달에 한두 번씩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고향마을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차도 안 막히고, 건강도 챙기고, 가족·친구들과 얘기도 나누고 일석삼조라고 했습니다.

이분들이 다시 생각난 건 추석 연휴 며칠 전이었습니다. 출입처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가다 보니, 어느덧 도심은 퇴근길 차량 정체로 주차장이 돼 있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자전거를 타고 고향을 찾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이 생각났습니다. 과연, 이번 추석에도 자전거로 귀성길에 오르는 이들이 있을까? 제가 출입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자전거정책과)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 귀성객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저는 내심 기껏해야 수백 명, 많아야 천여 명일 것으로 예측했는데 무려 만여 명이 자전거로 귀성길에 오른다고 설문에 응했습니다. (실제로 저희 뉴스가 나가고 다른 언론에서도 자전거 귀성객에 대해 보도할 만큼 자전거 귀성객은 많았습니다.)

여러 차례 수소문한 끝에, 서울에서 강원도 횡성 할머니 댁까지 자전거로 간다는 심용석 씨 형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귀성길을 함께 가보기로 했습니다. 할머니가 계신 강원도 횡성까진 150km, 자전거로 쉬지 않고 꼬박 12시간을 달려야 하는 먼 거리였습니다. 아침 7시쯤 시작된 귀성길은 저녁 8시 가까이 돼서야 끝이 났습니다. 강변과 꽃길을 따라, 터널과 다리를 지나 자전거는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힘들고 외로운 여행이었지만, 두 형제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역귀성에 오른 자전거 동호회도 만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두 사람은 행복해했습니다. 또, 자전거 여행 내내 두 형제는 많은 얘기도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전거를 타며 아낀 교통비를 할머니께 용돈으로 드렸습니다.

자전거 귀성을 마친 두 사람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힘들고 길고 어려운 귀성길이었지만, 그래서 가족과 친구, 형제, 소중한 이들을 더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편하게 차를 타고 이동했다면 분명히 잠자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별생각 없이 고향까지 갔을 텐데, 진짜 오랜만에 소중한 이들을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저 역시,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비슷한 생각을 해보곤 했습니다.

심용석 씨가 할머니 댁에서 돌아온 뒤, 이번 자전거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을 보내줬습니다. 글쓴이의 양해를 구해 시청자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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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사랑을 싣고’ - 심용석 (인천대 1학년)

전 이번 추석 자전거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갔습니다. 가는 내내 여행하는 기분이었고, 재밌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자전거를 타며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었고, 오랜만에 함께 내려간 형과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코스모스 꽃길과 억새밭도 보고, 황금빛의 논도 만나며 가을도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귀성길’은 제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만약, 자동차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갔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게 시골까지 내려갔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다 보니 같이 간 형과는 물론, 길에서 만난 많은 분과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배가 출출해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으면 주인아주머니는 ‘혼자 왔느냐?’, ‘힘들지는 않느냐?’라며 걱정해주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통수단의 발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자동차, 버스, 기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이 날로 좋아지면서 분명히 우리는 보다 더 효율적으로, 더욱더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효율성이 높아지고 편리해진 딱 그만큼 우리는 사람 사이의 정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디지털화, 기계화, 효율화로 인해 인간미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죠.

자전거 귀성 중 기자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어느새 우리에게 여행이란 여유와 여백이 있는 ‘곡선’이 아니라 점과 점을 연결한 ‘직선’이 돼가고 있다.” 이 말을 듣고 사자성어가 떠올랐는데요, 바로 ‘주마간산’입니다. 요즘 현대인들 특히, 우리 한국인들은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나의 갈 길이 바쁘니 남들에게 관심을 둘 시간이 없는 것이죠. 말 그대로 달리는 말에서 먼 산을 보듯이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다른 사람을 챙기고 생각할 여유가 없죠. 여기엔 가족도 포함돼 있습니다. 가족을 만나러 가는 귀성길에서도 우리는 교통정보에만 귀 기울이지, 과연 가족 생각을 얼마나 할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자전거 귀성이 어느 때보다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자전거를 타가가 힘이 들 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떠올렸습니다.

만약, 귀성길을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갈 것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다시 갈 것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자전거는 차로 내려갈 때는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차량 정체처럼 답답했던 귀성길은 어느새 탁 트인 꽃길이 돼 있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내려가던 귀성길은 어느새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 길이 돼 있었습니다. 내 몸의 순수한 동력으로 자전거를 움직이고, 먼 거리의 고향을 가며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 자전거를 타면서 바쁘게 지나온 시간, 앞으로 달려갈 시간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에서 무수히 많은 시련이 닥칠 것인데 이러한 시련이 닥칠 당시에는 힘들고 고달프겠지만, 이것을 극복하면 그만큼 발전하고 성숙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인생은 마치 자전거를 타고 수많은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S. 이번 자전거 여행을 하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조금 위험했다는 점입니다. 자전거 전용 길을 달릴 때는 매우 안전했지만, 일반 차도를 이용해야 했을 때는 차들로 인해 위험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안전상의 문제는 자전거를 타는 데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 전용길이 지방 곳곳으로까지 뻗어 나간다면 자전거로 국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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