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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누리상품권 할인혜택 폐지…'많이 팔려도 문제?'

[취재파일] 온누리상품권 할인혜택 폐지…'많이 팔려도 문제?'
명절 때만 되면 주목받는 상품권이 있습니다. 바로 '온누리상품권'입니다. 이 상품권은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전통시장의 점포 가운데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된 곳에서 쓸 수 있는데 전국의 1,188개 전통시장의 16만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상품권처럼 60% 이상만 쓰면 잔액은 거슬러주고 전통시장의 정과 덤은 서비스입니다.

예전에는 시장마다, 지자체가 각각 상품권을 발행해 쓰기도 했습니다만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국의 모든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도록 하자고 해서 지난 2009년 첫 선을 보이게 됐고 올 들어 지난달까지만 4천억 원어치가 팔려나갔습니다. 첫해 판매 실적이 100억 원 갓 넘었으니까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죠.

그런데 지난 1일부터 이 온누리상품권에 '신상변화'가 생겼습니다. 개인들이 상품권을 살 때 적용하던 3%의 할인혜택을 폐지한 것입니다. 이 3% 할인혜택은 기업이나 지자체가 아닌 개인들의 판매 장려를 위해 만든 겁니다. 3%라는 할인율이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시장을 찾는 알뜰한 고객들의 성향을 보면 3% 무시 못할 금액입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10만 원어치 상품권을 사면 3천 원을 깎아 주는 셈이니까요. 실제로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는 시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행사를 여는 대신
온누리상품권 3% 할인에다가 2%를 얹어 5% 할인으로 팔았더니 줄을 서서 살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할인혜택을 돌연 없애니 전통시장 상인들은 울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 전통시장 상인회의 진병호 회장님을 만나서 얘기를 들었는데 시행되기 얼마 전에 상의도 아니고 갑자기 통보를 받았다면서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최고 히트상품이라고 입만 열면 그러고 다니면서, 그러니까 야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10만 원어치 사면 3천 원 버는 거니까 상품권으로 사서 쓰세요, 이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걸 못하게 됐잖아요. 누가 현금 30만 원 갖고 상품권 30만 원어치 사서 그걸 전통시장에서 쓰겠느냐고요. 안 쓰죠."

온누리상품권을 담당하는 중기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예산 부족이었습니다. 온누리상품권은 정부 예산을 받아 발행합니다. 찍는데, 상품권을 발행하는 은행에 주는 수수료 등으로 한 장당 55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상품권이 너무나 많이 팔린 게 문제였습니다. 원래 올해 발행 목표는 2천5백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4천억이 팔렸고 올 한 해 5천억 원 정도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산은 목표대로 받아 놓았는데 수요는 급증했고 그렇다고 판매 실적이 중요한데 발행을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 보니 지출을 줄여야 했고, 결국 할인혜택을 없앤 겁니다.

하지만, 내년이라고 해서 혜택이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합니다. 예산이 갑자기 늘어나기 어렵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상품권과의 형평성도 있어 언제까지 혜택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특히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니 할인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판매량이 급증한 건 사실 정부기관과 지자체, 기업들 덕분입니다.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이슈가 지난해부터 주목받은 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에서 강하게 구매를 독려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특정 기관들에 기댈 수가 있을까요?

온누리상품권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평소에는 팔리지 않다가 명절 때만 몇천억씩 팔리는 현재 상황 가지고는 안됩니다. 개인들이 스스로 구매하게 하고, 이게 정착이 되는 과정에서 전통시장의 경쟁력도 같이 강화되어야 정말 전통시장이 자립하는 길입니다. 온누리상품권 판매 늘리기만 급급할 게 아니라 정말 전통시장을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곰곰이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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