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순서에 따라서 나열해 보겠습니다.
2009년 시민단체와 민주당 이석현 의원 등의 주장에 따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가했던 건설사들의 담합의혹이 제기되자 공정위가 조사에 나섭니다. 그리고 지난 5월 공정위 조사관들은 건설업체에 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냅니다.(공정위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합니다.)
심사보고서는 업체들의 담합 수준과 기간 등을 평가해 건설사들을 평가해 본 결과, 대림과 현대건설을 포함한 6개 건설사의 벌점은 2.6점으로, 2.5점 이상이면 검찰 고발 대상으로 하는 규정에 의거해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고 명시합니다. 또, 해당 건설사들이 공정위 조사에 불성실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조사 대상자들의 진술의 일관성도 없기 때문에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5월 말 공정위의 4대강 사업 담합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가 6월 5일로 결정됩니다. 전원회의를 하루 앞둔 6월 4일. 전원회의에서 검사 역할을 맡는 공정위 카르텔과로 국토해양부가 한 통의 협조 공문을 보냅니다. 선진통일당 성완종 의원실이 입수한 공문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 업체들은 현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고, 이에 정부에서도 참여 업체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조치로) 국내 건설 환경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참여 업체들의 경영난 가중으로 인한 하도급 업체 부도와 이에 따른 실업, 지역경기 악화 등의 부정적 영향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향후 귀 위원회의 법적조치 검토 시, 이러한 점들이 충분히 감안될 수 있도록 당부드립니다."
◈ 전원회의 결정, 건설사 봐주기 의혹
다음 날, 4대강 사업 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전원회의가 열립니다. (전원회의에서 공정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위원이 판사의 역할을 하고,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조사관이 검사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공정위 조사관은 6개 건설사에 대해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9명의 위원은 검찰 고발을 하지 않기로 하고, 1개 건설사에 대해서는 아예 혐의가 없다고 판정합니다. 또, 공정위 위원들은 2년 8개월 간 조사한 공정위 조사관들은 고려하지 않았던 국내 건설 경기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580억 원의 과징금을 감면해 줍니다. 건설사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과징금도 대폭 깎아 준 전원회의 판결. 봐주기 판결 의혹이 제기됩니다.
◈ 공정거래위원장의 해명과 검찰의 압수수색
전원회의 의결이 끝나고 카르텔 조사국장이 브리핑을 갖습니다. 6개 건설사의 검찰 고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장은 위원회의 판단이라고 즉답을 피합니다. 이후 전원회의 의장을 맡았던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건설사들이 국책사업에 적극 참여한 점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고 밝힙니다. 이후 시민단체가 공정위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은 공정위를 압수수색하기에 이릅니다.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위가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됩니다.
◈ 공문과 조치 사이의 유사점
이제 떨어진 시간들을 이어보겠습니다. 국토부의 공문과 전원회의 결정문인 의결서 등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공문의 현 정부 최대 국정사업인 4대강 사업에 건설사들이 참여한 공로를 정부는 높이 평가한다는 부분은 건설사들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를 밝힌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합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 대한 걱정과 국내 건설 경기의 어려움을 표현한 국토부의 공문은 건설사들에 대한 과징금 경감 사유로 의결서에서 발견됩니다. 공문이 발송되기 전인 5월에 작성한 공정위 조사관의 심사 보고서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국내 건설 경기 감안' 이라는 내용이 공문 발송 다음 날 열린 전원회의에서 반영돼 30%의 과징금 감면 사유로 원용됩니다.
마치 국토부 공문과 맞춘 듯 일어난 공정위의 조치.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공문은 카르텔조사국장까지만 보고된 것으로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일종의 해프닝이 일어난 것으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을 뿐이라는 겁니다. 공정위의 해명대로라면 국토부의 공문은 공정위 결정의 예언서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문구까지 비슷한 국토부의 공문 내용과 공정위원장 밝힌 건설사들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건설 경기를 감안한 과징금 감면까지. 국토부의 공문이 예언서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 즉 까마귀가 날았기 때문에 배가 떨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토부 해명의 의문과 공정위 해명의 의문점
국토부의 공문 발송과 관련해 공문을 최초 발견한 선진통일당 성완종 의원은 "공정위 발표 바로 전날 4대강 살리기 사업 소관 부처인 국토부가 이런 공문을 보내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어떤 점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국토부는 건설업체에서 읍소해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보낸 공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선처 의도를 확실히 했다는 겁니다. 검찰이 만약 통신사들을 조사할 때 방통위가 검찰에게 선처해 달라고 공문을 보낸다면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부 부처가 다른 부정행위를 판별하는 다른 정부 부처에 탄원서를 보내는 걸 어떻게 봐야할까요?
국토부의 해명은 국토부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합니다. 국토부는 건설업체들의 민원을 들어주는 곳인지, 민원을 받았다면 건설사들의 부정한 담합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공정위에, 그리고 제재 수준이 결정나기 하루 전날 검사격인 공정위 조사관에 선처 공문을 보내는 게 옳은 것인지. 건설사들의 부정에도 잘 봐달라고 하는 건 말썽쟁이 자식을 준 부모의 행동이지 정부 기관의 행동이 아닙니다.
한편, 공정위는 공문 발송을 일종의 해프닝으로 무마하려는 분위기입니다. 공문 내용과 이후에 이루어진 공정위 조치 사이에서 발생하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는 ‘오비이락’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심사보고서는 5월에 작성되었기 때문에 공문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공정위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의문은 남습니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공판 전날, 검사가 다른 정부 부처장 직인이 찍힌 공문 형태로 잘 봐달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그 검사는 공판에서 해당 대기업의 잘못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까요? 공정위도 해당 공문이 전원회의에서 검사 역할을 한 국장에게 까지는 보고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을까? 까마귀가 날았기 때문에 배는 떨어졌을까?
국토부의 공문은 그 내용에서 선처를 호소한다는 공문 발송 의도를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 의도가 공정위의 결정에 실현이 되었는지는 회의에서 판사 역할을 한 공정위 위원과 검사 역할을 한 공정위 조사관들만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공문 내용과 이후 조치에서 발견되는 유사점은 공문과 조치의 인과 관계라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까마귀 나는 순간 마침 배가 떨어진 것일까요, 아니면 까마귀가 날면서 생긴 흔들림 때문에 배나무의 배는 떨어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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