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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후쿠시마는 지금

일본 후쿠시마를 떠올리면 기피지역이란 단어가 먼저 생각난다. 여행을 갈 때도 굳이 일본을 가겠다면 멀찍이 떨어진 곳을 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지금 그곳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후쿠시마 어촌은 아직도 많은 곳이 폐허로 남아 있다. 복구를 포기하고 대피한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어촌에 살던 청년들이 다시 고향을 찾았다. 복구 전문가들과 함께 온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과 함께 왔다. 예술가 몇 명과 후쿠시마 어촌 출신 청년들은 둥글게 둘러서서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 운동경기에서 파이팅을 하듯 구호를 외친다. 미리 정해진 구호는 없다. 외치다 외치다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 순간도 있고, 여자 친구나 부모님의 이름을 구호로 외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를 비디오로 기록해서 미술관 안으로 들여왔다. 어디선가 후쿠시마와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여전히 삶은 계속된다는 얘기를 한다.

예술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냐는 말을 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좀 편안해야 즐길 수 있는 ‘꺼리’로 문화예술을 생각한다. 예술로 변하는 게 무어냐고 따지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의 빵 한 조각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예술이 주기도 한다. 후쿠시마의 폐허를 다시 찾은 청년들은 예술가와 그곳 출신이 섞여 있다. 그들은 모두 후쿠시마를 위해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개인의 작은 힘으로 큰 재앙을 마치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가 쓸모없다고 하는 일을 한다. 그저 힘차게 구호를 끝도 없이 외친다. 새로운 희망은 ‘포기’가 아니라 무모함에 가까운 ‘용기’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뭘 할 수 있어야 나선다는 다른 사람들을 뒤로한 채 파이팅을 외친다. 변화는 용기 있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진리를 외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예술가들은 그림을 통해서든 행위를 통해서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을 하고 있다.


협조 - 대전시립미술관 ‘2012 아트프로젝트 대전 에네르기’ (큐레이터 김준기)
작가 - 아티스트 그룹 ‘침↑통’
작품 - KI AI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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