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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이폰5發 '보조금 전쟁' 우려되는 이유

[취재파일] 아이폰5發 '보조금 전쟁' 우려되는 이유
갤럭시S3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정답은 “100만 원에서 0원”입니다. 우습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단말기 보조금 없이 출고가로 공기계를 구입한다면 100만 원을 다 줘야 하고, 보조금 광풍이 불어 닥친 지지난 주에는 2년 이상 약정을 거는 조건으로 일정 요금제에 가입한다면 갤럭시S3 공짜폰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성능과 기능이 똑같은 단말기가 사는 장소, 사는 시점에 따라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겁니다.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바가지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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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보조금 때문에 발생합니다. 출고가 100만 원짜리 갤럭시S3는 제조사 보조금과 통신사 보조금이 붙어 약정을 걸면 실제 소비자들은 60-70만 원을 부담하고 구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건 시장이 상식적인 상황일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8월 말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던 9월 13일까지 통신시장은 이성을 상실했다는 표현이 적합해 보입니다.

이윤이 높은 LTE 고객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알토란같은 고객입니다. 3G 요금에서 5만 4천 원 요금제에 가입했던 사람들은 보통 LTE에서는 6만 2천 원에 가입하니까요. 게다가 무제한 요금제도 없습니다. 고객을 3G에서 LTE로 갈아 태우면 갈아 태울수록 통신사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이익이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끼리 전쟁이 붙게 되면 일시적으로 보조금을 엄청나게 풀어서라도 고객 잡기에 나서게 됩니다. 통신 3사 가운데 한군데서 보조금을 질러 손님을 뺏어 가면 당하는 쪽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더 높은 금액을 지르게 되고, 상대편은 더 높은 금액을 부릅니다. ‘GO’를 외치는 쪽과 지지 않으려고 다시 ‘GO’를 외치는 상대방이 존재하는, 마치 투전판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돈을 푸는 대상은 번호를 이동해서 오는 다른 통신사 고객에만 한정됩니다. ‘잡은 고기’인 기존 고객들은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갤럭시S3 출시 초기, 단말기를 구입해 갚아야 할 잔금이 60-70만 원씩 남아 있는 고객 입장에서는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는 바가지를 쓰고, 누구는 헐값에 사게 되는 차별을 받게 되는 겁니다.

◇아이폰 發 ‘2차 보조금 전쟁’이 우려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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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추석 전부터 제조사들의 전략 스마트폰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 LG전자의 옵티머스G, 팬택의 베가R3 그리고 하나 더, 애플의 아이폰5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자신들만 이런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좋겠지만, 대게 통신3사에 동시 출격이 예정돼 있습니다. LTE 전국망 구축이 덜 됐던 얼마 전까지는 망의 우위를 내세우며 고객 유치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망 구축이 어느 정도 끝나 그것마저도 어렵게 됐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는 요금을 낮추는 방법이 있습니다. 초당 과금 비율 낮추거나 기본료를 낮추는 방법이 있지만, 통신사들은 출혈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채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잡은 고기’인 얌전한 기존 가입자들까지 혜택을 주면서 수익을 갉아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조금은 가장 확실한 마술을 부릴 수 있습니다. 통신사를 바꿔 들어오는 고객에게 단말기 가격을 깎아주겠다는 것보다 확실한 유혹은 없기 때문입니다.

11월이면 통신사 고위 임원들의 인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기업의 CEO들은 실적으로 말합니다. 가입자를 얼마나 유치했는지 숫자로 보여줘야 합니다. 통신3사는 연말까지 LTE 가입고객 목표를 1,600만 명으로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가입자는 1,100만 정도에 불과합니다. 500만 명이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3G 고객 가운데 최대한 많이 LTE로 갈아 태워야 하는데, 이 가운데 가장 유혹에 넘어오기 쉬운 사람들이 아이폰 고객들입니다.

아이폰 고객들은 지속적으로 아이폰 최신 기종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조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80-90%는 다시 아이폰으로 넘어가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국내에는 대략 400만 명의 아이폰 가입자들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 약정이 끝나는 사람들을 LTE로 나오는 아이폰5로 갈아 태운다면 LTE 가입자 목표를 채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갖가지 보조금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게 구형 아이폰 보상 판매 방안입니다. 현금을 쓰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 논란에서 자유롭지만, 실질적으로는 구형 아이폰을 쓰는 3G 고객을 LTE로 바꿔 태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물론 보상 금액은 웃돈을 많이 얹어줘야 할 겁니다. 다른 통신사에서 단 돈 만원이라도 더 준다면 그쪽으로 2년 이상 약정이 걸리는 고객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LG 유플러스는 아이폰5에서 배제돼 있습니다. 통신 방식이 달라서 출시조차 못합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가 아이폰5 재미를 보는 걸 앉아서 당할 수는 없습니다. 국산 스타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2와 옵티머스G등에 보조금을 남들보다 더 실어줘야 회복이 가능합니다. 통신사들이 2차 보조금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방통위가 ‘보조금 조사’로 통신사들을 말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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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조금을 막 쓰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과다지급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보조금의 법적 상한선은 27만 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기준을 넘기를 걸 통신사들은 건널목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것쯤으로 가볍게 여기고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세 번 적발되면 영업정지를 받는데 통신 3사 모두 이미 두 번 적발된 전력이 있습니다. 한 번만 더 걸리면 그냥 아웃입니다. 결국 누가 먼저 ‘보조금 총’을 쏘느냐의 문제인데, 먼저 총을 쏘는 사람만 영업 정지 덤터기를 쓸 수 있습니다. 자칫 아이폰이 출시되는 첫 주에 영업정지라도 받으면 회복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방통위가 매를 제대로 들 수 있을까요? 이 또한 간단치가 않습니다. 전국 휴대전화 유통 대리점은 무시 못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수만 명의 밥줄이 달린 사업이 휴대전화 판매업이라는 얘깁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영업정지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소재가 돼 정치적인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방통위가 매를 드는 척하면서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의 ‘단말기 경쟁’에 대한 고민 필요한 시점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신사들이 단말기로만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요금 경쟁, 서비스 경쟁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단말기 가격은 거품을 빼고 확 낮춘 가격에 정가를 붙여서 팔아야 합니다. 100만 원에 나오면서도 60-70만 원, 심지어 공짜로 판매되는 것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정직한 가격표를 붙여놓고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통신사들은 당장 달콤한 보조금 전쟁을 벌이다가는 요금 구조에 대한 고객들의 근본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통신 원가와 관련한 자료도 법원 판결로 공개된 마당에 공짜폰을 줘도 수익이 남는 통신판의 구조에 대한 공격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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