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10대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던 '서울시민복지기준선'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회적 파급력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예산 부담에 대한 우려도 늘고 있다.
2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시는 소득·주거·돌봄·건강·교육 등 5대 복지분야의 기준과 서울형 기초보장제 도입 등 세부사업을 거의 확정했다.
시는 애초 오는 25일 기준선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시의회에서 설명 과정을 요구해 다음 달로 연기했지만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5대 분야 중 방점은 소득ㆍ주거…신규 사업만 50개 = 시민복지기준선의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2018년까지 기초생활 비수급자 중 생계 지원 대상을 19만 명까지 확대하겠다는 것과 주거 분야에 내년에만 1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한 부분이다.
시는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갖지만 기초생활 비수급자인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형 기초보장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최종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각지대가 생기자 지자체가 새로운 수급제도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거분야 기준과 예산은 박 시장의 또 다른 공약인 '2014년까지 임대주택 8만호 건설'을 기초로 작성됐다.
주거분야의 내년 예산은 시민복지기준 사업 전체 예산 중 52%를 차지하는 9천900여억 원으로, 대부분이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시민복지기준 관련 사업은 총 129개로 새로 생겨난 사업은 50개이며, 이로 인해 내년 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5천584억여 원이 늘었다.
◇'선언문'으로서의 의미와 한계…"정부 지원 전제돼야" = 시가 지자체 최초로 복지기준선을 마련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언적 의미는 충분하며 전국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서울시같이 큰 지자체에서 복지 기준을 공포해 정책에 반영하는 건 처음 시도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김은정 간사도 "전국적으로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울시에서라도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에서 해야 할 역할을 지자체에서 부담하게 되는 것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등 굵직한 정책은 정부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칫 '선언문'으로만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교수는 "어쨌든 정부 정책을 기반으로 깔고 시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협조가 안 되면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시의 실행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간사도 "정부에서 해야 할 역할을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게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올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채무감축-복지사업 확대 양립 가능할까 = 박 시장의 또 다른 주요 공약인 '채무 7조 원 감축'과 시민복지기준선 사업이 양립할 수 있을까도 관심사다.
박 시장은 시민복지기준선 마련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복지예산을 매년 2%씩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26%로, 2014년에는 30%까지 증가하게 된다.
채무감축과 더불어 임대주택 8만호 건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보호자 없는 병원 건립, 시유지 확보에 쓰일 예산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복지예산이 30%까지 늘어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시의원은 "서울시장이 한 해 신규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은 최대 5천억원에 불과한데 시민복지기준선에 쓰일 내년 예산만 작년보다 5천억이 더 늘었다.
시가 과연 그만한 재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봉주 교수도 "이것은 박 시장 개인이 세운 기준이 아니라 시 차원에서 세운 것이라 정책 결정자에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다. 실질적인 기준이 되려면 무엇보다 예산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하며 평가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베일 벗은 서울시민복지기준선…문제는 '예산'
전문가들 "전국 파급 효과 기대…정부 협조가 관건"<br>"재정 능력 의문…지자체 부담 가중"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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