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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포의 슈퍼박테리아 초비상

[취재파일] 공포의 슈퍼박테리아 초비상
공포의 슈퍼박테리아 초비상

웬만한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 공포의 세균을 슈퍼박테리아라고 합니다. 우리 보건 당국은 ‘다제내성균’ 그러니까 많은 약제에 내성이 생긴 균이라고 애둘러 표현하지만 슈퍼박테리아라는 용어가 더 익숙한 건 사실입니다. 슈퍼박테리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문제가 되곤 합니다. 

지난 2010년 일본에서 슈퍼박테리아에 연쇄 감염돼 9명이 숨졌고, 지난해에는 독일 등 유럽에서도 채소 등을 먹은 수십 명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유럽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유럽에서는 1년에 2만5천명, 미국에서는 1만9천명 가량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가 단 1명도 없습니다. 왜 일까요? 

보건당국 슈퍼박테리아 감염 관리 허술…2년 간 4만5천 명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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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19개월 동안 국내 100대 상급 및 종합병원에서의 슈퍼박테리아 발생 건수가 4만 4,867건에 달했습니다. 슈퍼박테리아 감염은 주로 중한 환자가 많은 대형 종합병원에서 발생합니다. 병이 중한만큼 항생제 사용이 많기 때문인데,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다보니 그만큼 내성균의 출현도 높아지는 겁니다. 슈퍼박테리아는 인류에게 이런 경고를 합니다. 세균과 싸우기 위해 인간이 강력한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다보니 세균도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거듭, 더욱 강한 몸으로 중무장하는 거라고...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보건당국의 대처는 허술하기만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슈퍼박테리아의 심각성을 알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병원의 슈퍼박테리아 발생현황을 보고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야하는 병원이 신고의 의무를 100% 다한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보고 받는 것만으로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보입니다. 특히 슈퍼박테리아 신고를 거짓으로 하거나 게을리 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처벌한 경우가 없습니다. 또 발생 사실만을 보고받을 뿐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얼마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슈퍼박테리아에 누가 감염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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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 감염은 대부분 면역력이 약한 중환자에게 발생합니다.  지난해 4월 신우암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치료를 받다 사망한 중견 탤런트 박주아씨도 ‘반코마이신내성 장구균(VRE)'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잭슨도 얼굴 성형 도중 코부위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사실이 영국의 선지에 의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흔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의 경우 피부 감염이 주로 일어나는데 한번 감염되면 상처 부위가 아물지 않고 속으로 계속 썩어들어갑니다. 항생제가 안들으니 혈관을 타고 슈퍼박테리아가 온 몸으로 퍼져 결국 폐혈증 등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용동은 연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외부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기도 하지만 병원 내 감염이 대부분이다.”라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의사의 가운이나 의료장비에서 슈퍼박테리아가 검출돼 가운 길이를 줄이고 자주 세탁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 슈퍼박테리아를 막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항생제 사용량 줄이고, 병원 감염관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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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항생제 사용량을 줄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34개 OECD 국가 가운데서도 3위에 이를 정도로 많습니다. 문제는 다른 나라의 경우 항생제 사용량이 정체 또는 줄어드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병 치료에 항생제를 많이 사용한다는 겁니다. 강력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세균도 그 항생제에 대응하는 방어 기법을 만들어 저항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중장기 대책도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6인실이 많은 의료 환경에서는 환자들간의 접촉으로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외부인의 출입이 잦은 우리 병원 환경 특성상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등에 대한 출입 통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병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좀 더 강력한 대책들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정부는 슈퍼박테리아 관리 인력을 늘리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슈퍼 항생제 개발해야…

이런 노력으로만으로 슈퍼박테리아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중장기적으로 항생제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개념의 항생물질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코스닥 기업의 한 벤처기업에서 박테리오 파지라는 미생물을 이용해 특정 슈퍼박테리아를 죽이는 동물실험에 성공했습니다.  파지의 ‘리신’이라는 단백질을 바이오 기술을 응용해 유전자 조작한 뒤 이를 슈퍼박테리아에 주입하면 슈퍼박테리아의 세포벽을 파괴해 더 이상 증식이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작용 원리입니다. 특정 슈퍼박테리아에만 작용해 내성 걱정이 없는 이 신기술은 조만간 MRSA에 감염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예정입니다.

코스닥의 또 한 업체는 기존의 항생제 계열과는 완전히 다른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미국에서 임상이 진행중입니다. 임상결과는 놀랍습니다.  MRSA에 감염된 환자 9명이 이 물질을 투여 받고 단 며칠만에 상처가 아물었습니다.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런 유망한 벤처기업에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보통 신약을 개발하는데 드는 기간이 10년 이상이고 그 때까지 어머어마한 연구개발비가 들어갑니다. 10년의 기간이면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보다 항생제를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겁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집념은 남다릅니다.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안전하고 효능이 좋은 차세대 항생제를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이들 기업들에게 정부는 과감히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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