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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쓰러진 전신주 500개…진짜 이유는?

<앵커>

태풍 '산바' 때문에 500기에 가까운 전신주가 쓰러졌습니다. 바람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바람뿐만이 아닙니다.

이경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도로 한복판, 갑자기 전신주가 쓰러지더니 강한 불꽃이 튑니다.

버스 옆부분이 전신주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난 사곱니다.

[박상현/사고 목격자 : 이게 꺾였어요. 중앙선 쪽으로 넘어가 고압선이 늘어지는 바람에.]

지난달 태풍 볼라벤은 전신주 4천 430기를, 엊그제(17일) 태풍 산바는 473기의 전신주를 쓰러뜨렸습니다.

강한 바람이 1차 원인이지만, 전신주가 맥없이 쓰러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한 전신주에 케이블이 12가닥 이상 연결돼 있으면 과적 전신주라고 부르는데, 선의 무게와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기둥과 지지대가 약해집니다.

이런 과적 전신주가 전국에 11만 7천여 기에 달합니다.

제가 이 지역을 1시간 가까이 돌아다니며 전신주를 살펴봤는데요, 전깃줄과 통신선이 이렇게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전선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기울어져 있는 전신주도 있었습니다.

[김찬오/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무게 때문에 이게 넘어오잖아요. 이쪽(휘어진 부분)에 벌써 실금 많이 생겼잖아요. 보이죠?]

뒤엉킨 케이블에는 사용하지도 않는 통신선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고, 철근까지 드러나 못쓰게 된 전봇대를 지지대로 삼은 전신주도 있습니다.

[김찬오/교수 : 이거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철근이 노출됐다면 이건 폐기 대상이에요.]

[강환복/서울 충무로 3가 : 정말 불안하죠. 내 건물인데 이거 망가지면 내 손해인데 ]

하지만 법적 규제가 없어 전신주에 전선 수십 개를 매달아 놔도 막을 방법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사이 한국전력은 회선 임대사업을 벌여 선을 다는 통신업체에 꼬박꼬박 돈을 받았고, 이런 돈이 지난해에만 1천500억 원에 달했습니다.

한전은 책임을 통신업체에만 돌렸습니다.

[한국전력 관계자 : 통신사업자가 야간에 몰래 와서 설치하는 경우가 있어요. 케이블에 물려 있는 (통신사의) 고객이 있잖아요. 가입자가 있어서 우리가 마음대로 철거 못해요.]

[김찬오/교수 : 한전이 자체점검만 하고 있는데 정기 점검을 통해 안전성 확보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같습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전신주.

시민의 불안은 큰 데, 한전은 재정 적자를 이유로 배전시설 유지보수 예산을 4년 새 30%나 줄였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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