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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프레이, 뿌리고 창문 열면 OK?

[취재파일] 스프레이, 뿌리고 창문 열면 OK?
집에서 가스가 누출되면 어떻게 하시나요? 일단 창문부터 열게 되죠. 그러면 창문을 열었다 닫으면 가스가 완전히 밖으로 빠질까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스도 무게가 있습니다. 무게를 판단하는 기준은 공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도시가스라고 하는 액화천연가스 LNG는 공기보다 가볍습니다. 공기보다 가벼우면 위에 뜨겠죠. 도시가스가 누출되면 창문을 열어놓고 누출된 가스를 밀어내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액화석유가스라 하는 LPG는 다릅니다. LP가스는 공기보다 무겁습니다. 무거우면 어떻게 되죠? 공기와 만났을 때 밑으로 가라앉습니다. 그럼 가정에서 사용하는 LP가스통의 빈틈으로 LP가스가 누출됐을 때 창문을 열어놓는다고 무거운 LP가스가 밖으로 빠질까요? 아예 빠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해서는 완전히 제거할 수 없습니다. 가라앉은 가스가 빠질 수 있게 방문과 현관문을 활짝 열고, 신문이나 빗자루를 이용해서 쓸어내듯 가스를 밀어내야 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집에서 스프레이 많이 쓰시죠? 헤어스프레이, 모기 잡는데 쓰는 살충용 스프레이, 다친 데 뿌리는 스프레이 파스, 집 안에 좋은 향기가 나라고 뿌리는 방향제 스프레이까지. 일상생활에서 참 많이 쓰는게 스프레이입니다. 그런데 스프레이 사용하고 보통 어떻게 하시죠? 화장실에서 헤어스프레이 쓴 다음 화장실 문 닫아놓고, 방에서 모기 잡는다고 스프레이 뿌리고 방문 닫아놓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는 게 있는데, 스프레이 성분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스프레이 뒷면을 보시면 '가연성 화기주의' 이렇게 써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연성, 불에 타기 쉬운 성질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스프레이가 왜 불에 타기 쉽다는 건지 생각해 보셨나요?

비밀은 스프레이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스프레이에는 가연성 물질인 LP가스가 들어있습니다. 스프레이를 '칙'하고 뿌렸을 때 LP가스가 함께 배출되는 겁니다. 이 가스가 불에 잘 타기 때문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면 바로 불이 붙습니다. 한여름이나 요즘 같은 초가을에 스프레이로 인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기 잡는다고 스프레이를 뿌린 뒤 환기하지 않고 담뱃불을 붙이거나, 전자제품 스위치를 켜면 LP가스가 불꽃에 반응해 폭발하면서 불이 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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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가스가 누출됐는 데 환기를 안하고 불을 켰다고 해서 항상 불이 날까요? 그건 아닙니다. 가스에는 연소한계라는 게 있습니다. 공간 대비 일정한 농도 범위 안에서만 가스가 연소한다는 개념인데요, LP가스의 주성분인 부탄의 연소한계는 1.8~8.4% 입니다. 쉽게 말해서 나무상자 안에 부탄가스를 주입했는데 부탄가스 농도가 1.8~8.4%가 되면 불이 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소한계보다 농도가 낮거나 너무 높으면 불을 붙여도 폭발하지 않습니다. 물론 가스 농도가 너무 높으면 불을 붙이기도 전에 가스에 질식하겠지만요. 참고로 도시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의 연소한계 농도는 5~15% 입니다. LP가스가 도시가스보다 훨씬 더 낮은 농도에도 쉽게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겁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그럼 스프레이를 뿌린 뒤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프레이 안에는 공기보다 무거운 LP가스가 들어있으니까 창문만 열게 아니라 방문, 현관문 모두 열고 가라앉은 가스를 쓸어내야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스파크가 일 수 있는 도구로 쓸어내선 안된다는 점입니다. 신문이나 빗자루처럼 안전한 도구로 가스를 밀어내야 합니다. 괜히 모기 한 마리 잡으려다 집 한 채 다 태우지 않으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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