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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국 언론 "독도 문제 한국이 만든 것 아닌가요?"

독도와 센가쿠, 美의 같은 듯 다른 반응

[취재파일] 미국 언론 "독도 문제 한국이 만든 것 아닌가요?"
요즘 국제 기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본과 중국의 영유권 다툼입니다. 일본 말로는 센가쿠 열도, 중국 말로는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입니다. 도발은 일본이 했지만 지금 공세는 중국이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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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물론 중국내 일본 대사관 건물 마다 격렬하게 항의 시위를 벌이는 중국인들로 넘쳐납니다. 센가쿠 열도의 5개 무인도 가운데 아직 민간 소유로 남아 있는 3개의 섬을 일본 정부가 300억 원에 매입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중국 정부가 발끈한 거죠. 센가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일본 측이 중국을 향해 일종의 돌팔매질을 한 거죠.

가뜩이나 일제가 만주침략의 명분으로 내세운 만주사변(1931년 9월 18일-중국인들이 치욕으로 생각하는 날)이 일어난 지 81년을 맞아 중국 전역이 반일 열기로 뜨겁습니다. 정작 국유화하겠다고 큰 소리 치고 나섰던 일본 정부나 일본인들은 이런 중국 내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특별히 더 할 일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간단치 않다고 판단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이 센가쿠 열도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독도 문제의 복사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하면서도 일본의 위치가 다른... 

독도는 우리가 일제로부터 독립한 이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면서 독도의 영유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우리 영토를 우리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인데 왜 일본이 난리냐는 게 우리 내부의 정서입니다.

어쨌든 우리 정서와 달리 일본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핑계로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일본의 재외공관에 지침을 보내 독도,아니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점을 주재국 정부와 정치권, 언론계, 학계에 분명히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없던 적극적인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우리 정부는 철저하게 조용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일본의 억지 주장에 흥분하고 울분을 터뜨렸지만 마땅히 우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다른 카드는 없는 듯이 보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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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주미 대사관의 고위 당국자들을 만났는데, 우리 정부도 역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시로 만나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미국 언론도 부지런히 쫓아 다니면서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외교부도 재외공관에 일종의 지침을 내린 것이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 외교관들은 당황스러운 순간을 맞았다고 합니다. 지방지이면서도 미국 정치의 중심이자 수도에서 발간된다는 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워싱턴 포스트의 에디터와 부에디터를 만났을 때 일이라고 했습니다.

유구한 독도의 역사와 일제의 침략,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주권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었는데 워싱턴포스트 간부들이 툭 말을 끊더니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알았는데, 이번에 독도 문제는 솔직히 한국이 만들어낸 것(create라는 단어를 썼다고 합니다.) 아닌가?” 즉, 한국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라는 시각을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능력 있고 침착한 우리 외교관들은 바로 이렇게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독도 영유권이라기 보다는 일본의 태도다. 독일과 비교해 봐라.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침략과 유대인 학살에 대해 총리가 무릎을 꿇고 분명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과 한국 정부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서 의구심을 계속 가질 수 밖에 없다. 위안부 문제만 해도 그렇다. 너무나 명백한 역사적 범죄 행위에 대해서 일본은 인정하는 듯 하다가 잠잠해 지면 증거가 없다며 부인하고 나선다. 이런 일본을 어떻게 우리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다. 영유권을 놓고 분쟁하는 게 아니라 일본이 도발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일본의 태도다. 미국 정부도, 언론도 바로 이런 점을 잘 인식하고 기회가 되면 지적해 줬으면 좋겠다."

잘 마무리 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미국 언론들이 이번에 독도 문제가 부상된 데 대해서 한국이 야기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마음이 무거웠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기사거리도 하나 줬다고 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한국 정부가 다시 매입하는 데 성공한 워싱턴 D.C. 내 옛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 얘기를 해줬더니 워싱턴 포스트 사람들이 솔깃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이 외교관들을 만난 다음 날 워싱턴 포스트에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 매매 과정에 대한 기사가 커다랗게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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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독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저에게 주어진 취재 과제는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이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미국 정부는 백악관, 국무부 할 것 없이 앵무새 같은 발언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영토 주권을 둘러싼 분쟁에 미국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 정부가 협력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다만 얼마 전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만 인권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성노예라는 표현도 함께 쓴다”면서 우리 쪽에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 서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독도 문제에 관해서는(아무리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때 미국이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외쳐도) 미국 정부는 한일 두 나라 중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일본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에서는 미국 정부의 태도가 미묘하지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중일 두 나라의 선린우호 관계를 강조하면서 냉정과 자제를 촉구하는 등 중립적인 것처럼 말하면서도 일본 정부와 만났을 때는 센가쿠 열도가 미·일 상호방위조약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중국을 향해서는 “중국이든 어떤 나라든 도발행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파네타 국방장관)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외교관들은 이런 해석을 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 중에 중요한 게 바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갖고 있는 나라냐 아니냐 하는 부분이다. 한국과 일본은 둘 다 미국의 영향을 받아 자유민주 국가체제를 갖췄다. 그래서 곤란할 때는 어느 편도 들지 않지만 중국은 다르다. 아직 독재적 국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편이라고 생각되는 일본에 상대적으로 가까이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 문제나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미국 정부의 반응을 취재해야 하는 게 답답하기 일쑤였습니다. 우리의 문제를 누군가에 기대서 풀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죠.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은 미국이 중요한 나라니까 하는 생각으로 답답함을 애써 외면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외교관들도 그런 답답함을 갖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만큼 당연히 할 일이겠지만 말이죠. 워싱턴포스트에 이어 뉴욕타임스 책임자도 만날 예정이라고 했는데 그 사람은 또 뭐라고 했을지 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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