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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반일 시위 '해방구'…타도 일본!

[취재파일] 반일 시위 '해방구'…타도 일본!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다. 소국 일본 타도"

주중 일본대사관이 있는 베이징 양마치아오대로 7차선 대로는 1만 여명에 달하는 시위대로 꽉 들어찼습니다. 시위대는 약 1.5킬로미터에 달하는 대사관 앞 시위구역을 구보로 돌며 중국 국가를 부르고 일본을 성토하는 구호 등을 외치며 하루 종일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손에 들기도 하고 "타도 일본"이라고 적힌 현수막 등을 들고 떼를 지어 행진하다
일본대사관 앞에 이르면 준비한 물병과 계란 등을 집어던진 뒤 다시 무한궤도 형식으로 행진을 이어갔다가
되돌아 왔습니다.

일본대사관 편으로는 무장 경찰 수백명이 방패로 몸을 감싸고 서로 어깨를 걸고 사실상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시위대의 대사관 진입을 봉쇄하고 있었습니다. 나름 긴장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타도 일본을 외치는 시위대나 대사관 진입을 막아선 무장경찰 병력이나 표정에선 심각함이나 두려움 보다는 편안함과 쌓인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일종의 환희 같은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시위대로선 수도 베이징 한복판의 대로를 점령한채 자신들의 주장을 마음껏(?) 펼칠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한동안 맛보지 못했던 해방감 비슷한 그런 감정을 다시 느꼈을수 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중국 현대사에 큰 상처를 남긴 지난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베이징에선 세사람만 모여도 어디선가 공안이 알고 달려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시위를 조직하고 집회를 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 침략을 개시한 9.18 만주사변 기념일에 맞춰 베이징 등 중국 전역의 100여개 도시에서 벌어진 반일 시위는 이렇게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어제 만주사변 기념일을 고비로 시위는 다소 수그러들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일 수교 40년 이래 일주일 넘게 가장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번 반일 시위의 원인, 배경, 동력은 무엇일까요? 시위 격화의 근저에는 우선 중국인들의 뿌리깊은 반일 감정이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에게 지난 세기는 '굴욕의 세기'로 중국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국명에서 알수 있듯 수천년 동안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우월의식을 느껴온 중국인들이 야만인으로
여겨온 서구 열강의 침략에 시달렸고, 특히 조공을 바쳐온 신하의 나라인 일본에게도 패배해 한때 대만을
빼앗기고 동북 3성 지역마저 내줬다는 열패감은 씻을 수 없는 모멸감을 안겨줬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도 과거 제국주의 시절 우리를 비롯해 중국 등 아시아인들에게 끼친 해악에 대해 반성은 커녕 역사를 왜곡해온  일본의 태도도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런 뿌리 깊은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에 최근 일본 정부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는 중국의 민족주의 감정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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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로서는 극우파인 이시하라 도쿄 지사가 댜오위다오를 매입하는 것 보다는 국유화해 국가가 관리하는게 중-일관계에 더 좋다고 판단했겠지만 결국 오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40년전 중-일 수교 당시 덩샤오핑은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해 속은 쓰리지만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만큼 현상을 변경하지 않는 선에서 이 문제의 해결은 차차 다음 세대로 미루고 수교 교섭에 나섰습니다.

공동의 이익은 추구하돼 다른 점은 남겨두고 천천해 해결한다는 덩샤오핑의 이른바 구동존이 전략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일방적인 국유화 조치는 바로 이 현상 유지를 근본적으로 깨뜨린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일본의 조치를 수용할수 없다는 것이고, 중국내 반일 시위를 사실상 묵인 내지 방조하면서 시위가 격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의 폭력 시위나 약탈, 방화가 정당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중국의 강경 대응에는 또 개혁 개방 이후 급속히 성장한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은 현대 건설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뒀고 충분한 실력과 자신감을 갖고
영토 주권을 지키고 있다"며 "어느 누구도 멋대로 행동하거나 도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일본이 도발을 계속하면 경제 제재를 실시할 것"이라며 "경제 방아쇠를 당기면 일본은 20년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40년 전에는 중국이 일본에 비해 약했지만 지금은 '힘의 균형'이 바뀌어 일본 정도는 쉽게 이길수 있다는
겁니다. 2년전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희토류 대일 수출 중단으로 일본을 손쉽게 굴복시킨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아시아 회귀를 선언하며 중국 포위 전략에 나선 미국에 대해서도 영토 주권 문제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은 사실 지금 일본을 농락하고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일본이 주장하는 센카쿠 열도 12해리 그러니까 영해 안으로 중국의 해양감시선이 들어가 순찰활동을 펴는데도 일본은 "나가달라"는 경고(?)  방송만 할뿐 실제로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자기집에 들어와 휘젓고 다니는데도 나가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겐바 외무상은 파네타 미 국방장관과 만난 뒤 "미국과 댜오위다오 문제를 협의하지 않았지만 센카쿠가
미일 방위 방위조약 적용 범위에 해당된다고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뒤에 미국이 있다는 건데 참 국가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안되니 "내 뒤에 우리 형있다"하는 어린 시절 동네 꼬마의 외침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시작되는 중국의 전방위 보복 조치 앞에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국유화 재검토는 없다며 맞서고 있지만 힘이 부쳐 보입니다. 일본이 스스로 자초했다고 볼수 있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고 풀려갈지,
또 이렇게 무서워진(?) 중국과 같이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지닌 우리는 어떻게  중국을 바라봐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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