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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이 감형 이유로 적절한가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 신간 '뇌로부터의 자유'

정신병이 감형 이유로 적절한가
1981년 당시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은 존 힝클리라는 남자에게 저격됐다. 총알은 왼쪽 폐를 관통했고 레이건은 사망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힝클리는 체포된 뒤 여배우 조디 포스터를 감동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그는 이듬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신이상을 이유로 감형하는 일은 국내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우울증이나 정신 질환으로 의사 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피고 측 주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살인자의 마구잡이 범죄는 뇌가 시킨 일일 뿐 개인은 책임질 필요가 없는 것일까.

세계적인 뇌신경학자 마이클 가자니가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최근 국내 번역된 '뇌로부터의 자유'에서 이 같은 '뇌 결정론'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뇌는 별 다섯 개를 단 장군 같은 존재가 중앙지휘본부에서 여러 뇌 시스템에 이런저런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뇌에서는 '수백만' 개에 달하는 국소처리장치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중략) 뇌를 지배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당신도 물론 뇌를 지배할 수 없다."(72쪽)

그래서 가자니가 교수는 범죄자의 형량을 정할 때 뇌의 이상 유무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법이 잘못된 추정을 한다는 것이다. 검사 결과 비정상적 뇌를 가진 것으로 판명된 사람이 행동도 비정상적이라거나 비정상적 뇌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은 뇌에 있는 게 아니다. (중략) 책임은 사회적 맥락에서 상호작용하는 하나 이상의 사람에게서 창발하는 규칙을 반영하고,"(291쪽)

뇌의 상태가 어떻든 인간이라면 대부분 사회적 규칙을 따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유의지와 책임은 개인의 뇌 자체가 아니라 둘 이상의 뇌가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관계와 계약에서 빚어지는 가치라는 것이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뇌의 무의식적 의도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신이 내 빵을 한 입 베어 먹었다고 당신에게 포크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행동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순찰자가 나를 따라오는 게 보이면 속도계를 확인하고 속도를 늦춘다."(323쪽)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의 형량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참고해볼 만한 책이다.

추수밭. 368쪽. 1만6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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