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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초호화 주택에 살며 수십억 원 체납하는 회장님

[취재파일] 초호화 주택에 살며 수십억 원 체납하는 회장님
내야 할 세금을 내고, 자식을 군대 보내고 자신도 군대 가고, 이런 것들은 국민의 의무입니다. 의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따라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돈 많고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강조합니다. 그런데 실제 행동하는 것을 보면 딴 판인 양심불량 ‘회장님’들이 많습니다. 국세청에 꼬리가 잡힌 호화생활 고액체납자들이 그렇습니다.

중견기업 회장 김 모씨는 부동산을 팔아서 양도소득을 올려놓고선 사업 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로 60억 원 세금을 체납했습니다. 사업이 어렵다고 했던 김 회장은 세금 추징이 시작되려고 하자, 국내에 있는 고급 아파트는 아내 명의로 돌려놓고 자신이 타고 다니는 고급 승용차는 회사 명의로 돌려놓은 뒤 사업한다는 핑계로 해외를 왔다갔다하며 호화생활을 즐겼습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바로 앞에 있는 시가 300만 달러, 우리 돈 33억 원 짜리 초호화 아파트를 사서 해외에 나갈 때마다 머물렀습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부동산 팔아서 생긴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이 아까운 것이었던 겁니다. 국세청 조사관들이 정보를 입수하고 현지에서 김 씨 명의로 된 소유권 증서를 찾아서 제시하며 압박하자 그 때서야 밀린 세금을 내겠다고 했다는데 실제 얼마나 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건설회사 사주는 사업이 어려워지려 하자 미리 자식과 부인에게 재산을 물려준 뒤 일감 몰아주는 방법으로 부인과 자녀가 소유한 대형 건물과 골프장이 잘 되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건설사가 마침내 부도가 나서 320억 원의 세금을 체납하자 자신은 해외 휴양지로 가서 장기 체류를 하고 있습니다. 생활하는 돈은 가족들에게 받으면서 골프와 요트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자금을 추적해 보니 이미 청산까지 된 회사가 등기를 하지 않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실질적으로 사주 소유로 보이는 부동산인데 결국 소송까지 가서야 이 부동산을 압류해 320억 원의 체납 세금을 징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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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불량 체납자들은 이들만이 아닙니다. 다른 업체 회장님 이 모씨는 회사 주식과 경영권을 회사 전 임원에게 수 백억 원을 받고 넘겨놓고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썼습니다. 자신은 본인 명의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파산신청을 해 놓고, 배우자 명의 60평대 고급 아파트에서 살면서 호화생활을 즐겼습니다. 주식을 팔아서 받은 수 백억 원은 회사 임직원 부인과 자녀 명의 계좌를 통해 무려 73차례나 자금 세탁을 한 뒤 챙겼습니다. 병원 의사 부인 박 모씨는 부동산 투기 혐의로 양도소득세 추징이 통보되자 그 즉시 갖고 있는 예금, 보험, 주식 등을 해약하고 현금을 인출해 숨겨두었고 자신 명의로 된 아파트는 친구와 짜고 허위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체납 처분을 피해 오다 꼬리가 잡혔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능적인 수법을 써서 세금을 체납한 뒤 호화생활을 즐기던 1억원 이상 고액체납자 1천425명이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이들로부터 징수한 체납 세금만 8천633억 원입니다.

그런데 고액체납자들의 수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족, 지인, 지인의 가족, 회사 임직원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사람들을 통해 재산을 숨겨두거나 명의를 돌려놓고 세금 추징을 피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런 재산이 고액체납자의 것이라는 증거를 확보하기 전 까지는 이들을 상대로 추징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입니다. 국세청이 금융거래 정보를 들여다 보는 데는 현재로선 제한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조세체납처분면탈 혐의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체납자 가족이나 친척들의 재산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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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름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은닉재산추적 프로그램을 가동해 체납 전 부동산 거래나 해외 송금, 카드 사용 내역 등을 들여다 보기는 합니다만 해외 재산의 경우 실체를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압류하거나 추징할 수 없습니다. 압박만 가능할 뿐입니다. 체납자의 재산 은닉을 도운 사람들은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있고 이번 상반기에만도 62명을 고발했지만 얼마나 위축될지는 의문입니다. 경제적 이익이 워낙 크다 보니까 말입니다. 최근에는 다른 나라와 해외재산 보유 체납자에 관해 공조하는 협약을 추진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체납자가 머물고 있는 미국이 이에 소극적이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나 ‘경제민주화’ 라는 단어만 나오면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는 ‘회장님’ 들에게 국민들이 바라는 건 솔선수범이 아닙니다. 적어도 남들 하는 만큼 의무라도 제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부자들만 못살게 한다”는 근거도 없는 주장만 펼치지 말고 말이죠. 솔직히 부자들이 살기에 한국보다 좋은 나라가 어디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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