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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육특구 '지고' 혁신학교 '뜨고'

부동산 대세 하락기에 '입시' 변수가 미칠 영향은?

[취재파일] 교육특구 '지고' 혁신학교 '뜨고'
지난주에 경기도 판교 신도시 봇들마을에 있는 보평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를 둘러봤습니다. 보평초등학교는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 취임 이후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추진한 혁신학교 가운데 한 곳입니다. 이 정책이 2009년에 첫 결실을 맺어 경기도내 13개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됐고, 현재는 경기도에만 모두 150여개교로 늘었습니다. 보평초교는 1차로 지정된 13개 학교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보평초등학교의 경우 판교 신도시 입주와 함께 새로 개교한 학교입니다.

이 보평초등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개교 당시 9개 학급 145명의 정원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48개 학급 1,555명으로 학생 수가 늘어났습니다. 10배가 넘게 규모가 커진 겁니다. 보평초등학교와 보평중학교가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는데다, 고가 아파트촌인 판교 신도시 학부모들의 학군수요가 겹치면서 경기도 혁신학교를 대표한다는 이미지마저 생겼습니다.

보평초등학교에 대한 인기는 주변 아파트 전셋값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보평초교로 진학을 배정받는 봇들마을 7,8,9 단지와 백현마을 1,2단지의 아파트 전셋값이 인근 아파트보다 적게는 2,3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이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105㎡형의 경우 매매시세는 7억 5천만원선으로 연초에 비해 1억원 가까이 떨어졌는데도 전세시세는 4억 3천만원에서 4억 5천만원 수준으로, 오히려 1억 가까이 올랐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새롭게 나오는 전세 물건은 없고 입주를 원하는 전세 희망자가 줄을 서서 부동산 업소마다 전세 대기수요가 늘어서 있다는게 현지 공인중개사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혁신학교 주변의 아파트 전세값 흐름은 어떨까요? 이제까지 경기도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모두 154개교입니다. 이 가운데 2009년 1차로 지정된 13개 학교 소재지의 전세가 변동률을 조사했더니, 지난 1년간 5.01%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경기도 전체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1.16%로 조사됐습니다. 혁신학교 소재지가 전체 평균보다 4배 이상 높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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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제까지 이른바 '교육특구'라고 불렸던 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의 경우는 어떨까요? 매년 여름방학과 가을 이사철이면 이들 교육특구 지역이 전세값 상승을 이끄는 진원지의 역할을 했습니다만 올해는 양상이 많이 다릅니다. 7,8월 두달간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유독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형의 경우 연초 4억원하던 전세가가 지금은 오히려 3억 3천만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목동의 경우도 전세값 변동은 미미한 상황입니다. 이렇다보니 서울 강남으로 전학을 오려는 학군수요도 크게 줄었습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 소재하는 초중고교에서 전학을 오가는 학생들의 숫자를 집계했더니 2008년의 경우 순유입 학생수가 7,597명이었는데 2011년에는 2,205명으로 줄어서 30%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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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종래 '교육특구'로부터의 이탈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입시 제도의 변천을 꼽습니다. 수능시험을 위주로 한 정시모집의 규모가 줄고 수시전형의 비중이 전체 입학 정원의 70% 가까이로 확대되면서 내신성적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힙니다.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지는데다 내신 성적 관리가 중요해지다보니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고액 학원가로 이사할 이유가 줄었다는 겁니다. 특목교 등 고교 입학에서도 내신 성적이 중요해지면서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좀 더 논의를 확대해 보면 이같은 입시제도의 변천이 강남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관심입니다. 강남이 아파트 가격 거품의 진원지였던 원인중의 하나는 대치동 등의 대학 입시 인프라였죠.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강남 집값이 곤두박질친데다 앞서 본 것처럼 입시 여건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상호 집값 상승작용을 부추겼던 교육-아파트 결합구조가 정반대로 작동할 여지가 높아졌습니다. 실질소득 하락 때문에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새롭게 강남에 진입할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입시 경쟁력마저 예전같지 않다면 강남 아파트값 하락을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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