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싸울까요? 정말 우리 교육의 방향을 결정 지을 만큼 중차대한 문제일까요? 학교와 교사들을 이렇게 곤혹스럽게 만들어야 할 만큼의 문제일까요? 그것부터 따져봐야겠습니다. 현재 교과부와 교육청이 싸우는 문제는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해야 될까, 말아야 될까'하는 문제입니다. 문제 자체는 간단하죠. 그런데 양 측이 주장의 논거로 드는 내용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학교 폭력 문제가 더이상 좌시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심각하다는 것은 전 사회적인 공통 인식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했다가는 학생부에 기재되고 그럴 경우 대학교에 진학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그 때문에 폭력을 쓰는 것을 자제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학교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한 행동의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교육적이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학생부에 기록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내 폭력은 정신이나 감정 제어 능력이 미숙한 학생들 사이에 돌발적인 싸움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이를 학생부의 기록에 올린다면 해당 학생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고치기보다 포기하고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이미 학교 폭력으로 처벌을 받은 학생에게 학생부 기재로 대학 진학까지 지장을 주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비판도 합니다. 어린 학생에게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는 것은 비인권적이라고 말합니다.
솔직히 저로서는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폭행의 피해를 당한 학생의 인권, 또 그런 폭행 때문에 학교에서 불안을 느껴야 하는 많은 학생들의 인권도 지켜줘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리고 미숙한 시절, 한 순간의 실수 때문에 무려 5번의 대학 입시에서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아야 하고(교과부가 인권위원회의 인권 보강 권고를 받은 뒤 내놓은 대안이 '5년 동안 기록을 유지한 뒤 삭제한다'입니다) 그로 인해 인생을 포기하게 된다면 그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학교 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한다고 해서 학교 폭력인 근절되지는 않습니다. 또 학생이 학교에서 어떤 과정의 교육을 받았고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기록하는 학생부에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아예 빼버리고 그럼으로써 학교 폭력을 자행한 학생이 훌륭한 학교 생활을 한 것으로 오인돼서도 안 될 것입니다.
즉, 양측 다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지, 마치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듯이 무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끝장을 보자고 싸울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아울러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교육계에서 나오는 대안들은 이렇습니다. 아주 심각한 학교 폭력만 기록하자는 것입니다. 형사처벌을 받은 정도이거나, 아니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폭력의 강도, 원인, 상습성 등을 판단해 따로 학생부 기재를 결정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니면 기록을 하되 학교에서 제시한 교정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하고 그로 인해 충분히 개선됐다고 판단하면 적절한 결정기구를 통해 삭제하자고도 합니다. 이런 제안들도 모두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어떻든 모여 앉아서 지혜를 짜다보면 가장 적절한 대안이 나올 법 합니다.
그런데 지금 싸우고 있는 교과부와 교육청의 수장들은 이런 대화를 시도나 해봤나요? 한쪽은 일방적으로 '지시대로 해'를 외치고 다른쪽은 '죽어도 못해'하고 막싸움을 하는 모양새가 아닌가요? 아무리 상급 기관이지만 '까라면 까야지' 할 수 없는 것이고 아무리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지만 내 소신에 어긋나면 '마냥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요?
우리 교육은 학생들에게 민주 시민의 미덕으로 대화와 타협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계 수장들이 대화와 타협은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처럼 행동한다면 도대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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