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가 봅니다. 장을 보러 시장과 대형 할인점에 온 주부들은 “납득이 안 된다”고 합니다. 조사를 어떻게 하길래 그러냐는 분통도 터뜨립니다. 1만 원 가지고 살 수 있는 물건이 가면 갈수록 줄고 있는데 무슨 물가가 안정됐냐는 불만입니다. 이해가 갑니다. 1%대 물가상승률이라지만 시금치는 전달보다 64.2%, 양상추는 90%, 수박은 55.4%나 올랐습니다. 고춧가루와 파는 1년 전과 비교해도 각각 52.8%, 49.4%나 뛰었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신선채소만 따로 분류하는 신선채소 지수는 전달보다 8%, 신선과실은 5.7%나 오르면서 1%대 물가상승률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통계청은 오해라고 말합니다. 1%대 물가상승률이라는 수치가 물가가 낮다는 뜻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2010년 당시 물가수준을 100으로 놓고 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3으로 가격 수준은 분명히 높다고 설명돼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전문적인 내용은 사람들이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물가 통계가 엉터리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알쏭달쏭한 물가상승률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1.2% 상승률의 비교 기준이 되는 지난해 8월 물가가 높아도 너무 높았습니다. 물가지수 개편 전 기준으로는 5.3%, 개편 이후로 봐도 4.7%로 지난해 연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과 비교해 얼마나 더 올랐느냐를 따지는 것이니까 당연히 물가 폭등 상황이 지속되지 않았다면 지난달 상승률이 그렇게 높을 수 없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닌데 불황 때문입니다. 또 우리나라 물가 조사 대상 품목의 가중치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물가조사 대상 품목 가운데 서비스 관련 항목이 많습니다. 가중치도 주부들이 매일 장을 보면서 사는 신선식품들보다 높습니다. 예를 들면 농축수산물은 71개 품목이지만 가중치가 77.6인 반면 집세는 2개 항목의 가중치가 91.8이고, 공공서비스는 29개 항목의 가중치가 143.7입니다. 그런데 서비스 물가는 요즘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니 전체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게 되고 체감 물가와 지표 물가가 다르게 보이는 것입니다. 다만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한 이유는 서비스 물가가 안정된 배경이 경기가 좋지 않아 수요가 없어서기 때문입니다.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겁니다. 그만큼 경기가 침체돼 있다는 반증입니다.
앞으로는 지표 물가도 그렇게 안정되기만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 추이를 보면 8월에 정점을 찍고 떨어졌기 때문에 비교 대상의 수치도 낮고, 8월 말 영향을 준 태풍 볼라벤과 덴빈 등의 여파로 과일과 생선 값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물가조사는 지난달 23일까지만 했기 때문에 그 이후 강타한 태풍 효과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9월 말 추석을 앞두고 일반적으로 과일 가격 등이 뛸 전망이고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지독한 가뭄으로 국제곡물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이 상승 분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이끌 수 있습니다. 보통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앞으로 순차적으로 제품가격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미 새우깡, 초코파이, 햇반 등 일부 식품들은 가격을 올리거나 올릴 예정입니다.
통계청에서도 체감물가와 소비자 물가지수가 너무 차이가 난다는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일부 개선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5년 주기로 소비자 물가지수 체계를 개편했는데 앞으로는 개편 뒤 3년 차에 가중치를 현실에 맞게 한 번 더 개편을 하겠다고 합니다. 통계를 생산하는 주무부처 입장에서는 자꾸만 거론되는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 논란이 신경 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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