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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왕 소나무를 살려 주세요!

[취재파일] 왕 소나무를 살려 주세요!
충북 괴산 삼송리 마을이 요즘 술렁이고 있습니다. 평온했던 주민들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합니다. 다름 아닌 마을 수호신으로 떠받들던 ‘왕 소나무’가 지난주 태풍 볼라벤에 의해 쓰러져 고사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엔 예로부터 왕 소나무를 비롯해 노송 세 그루가 유명해 마을 이름도 삼송리로 정했습니다. 노송 세 그루 중 두 그루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차례로 죽고 유일하게 남아 마을을 지켜온 게 바로 ‘왕 소나무’였습니다.

1980년대까지 성황제를 지내며 조상님처럼 떠받들던 수령 600년 된 소나무가 처참히 쓰러져 생사의 기로에 놓인 모습에 주민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감도 번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사고가 난 뒤 이틀만인 지난달 30일 군수도 참여한 가운데 회생 기원제를 올리기 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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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소나무는 키 12.5미터, 둘레가 4.7미터나 되고 줄기의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 거리는 듯이 보인다고 하여 ‘용송’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1982년 11월에 천연기념물 제290호로 지정됐습니다.

태풍에 쓰러진 왕 소나무의 모습은 처참하기만 합니다. 꺾여 부러진 가지를 제거하고 상처 난 곳에 소독을 한 뒤 병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온몸을 붕대로 감아놨습니다. 예전의 위풍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화상을 입은 환자처럼 소나무 잎 근처 가는 가지만 남긴 채 나무 전체를 녹화마대(헝겊 종류)로 칭칭 감았습니다.

땅에 처박힌 굵은 가지는 쇠기둥으로 떠받쳐놓았고 일곱 군데에 포도당 링거주사를 맞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뿌리는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흙을 수북 쌓아 올려 덮어줬습니다.

왕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응급처치는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들의 회의를 거쳐 지난1일부터 본격 시작됐습니다. 기본방향은 나무를 세우지 않고 누운 채로 살린다는 것입니다. 태풍에 90도로 쓰러지면서 뿌리가 많이 다쳤고 나무를 일으켜 세울 경우 쓰러진 쪽 땅 속에 남아있는 성한 것들까지 다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왕 소나무 회생의 관건은 새 뿌리가 다시 자라고 잎이 돋아나느냐에 있습니다. 살아있어 생명 활동을 하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선 노화와 사고로 위축된 기력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입니다. 포도당 같은 영양제를 투입하고 뿌리를 돋아나게 하는 발근촉진제를 발라주는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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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소나무가 다시 살 수 있을지, 언제쯤 제자리에 바로 서게 될지 지금은 헤아릴 수 없다고 합니다. 나무병원 진료팀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딴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나무 주변에 “왕 소나무를 살려 주세요”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고 회생을 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 줄기여서 이 마을을 찾는 등산객들도 성원을 보태고 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습니다. 주민들과 관계자들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킬 날 왕 소나무는 다시 마을 수호신으로 돌아오겠지요.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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