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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아동의 그림…"벌레랑 60년 살아"

'끝나지 않는 악몽' 아동 성폭력, 평생 트라우마

<앵커>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사람들은 그 상처가 두고두고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아동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끔찍한 상황에서 느꼈던 분노와 절망감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어릴 적 성폭행을 당한 한 30대 여성의 글에는 20년이 지나도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악몽이 담겨 있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피해자들의 정신의학적 고통을 짚어봤습니다.



<기자>

2009년 조두순 사건의 피해 어린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을 그린 뒤 어린이는 "가운데 있는 남자는 감옥에서 벌레와 함께 60년을 살아야 한다"며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나주 성폭행사건을 접한 피해 어린이와 가족들에겐 4년 전 악몽이 다시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 이틀 동안을 잠을 못 잤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쫓아가서라도….]

성폭력 피해 아동의 절반 이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대인 기피증에 시달립니다.

문제는 이런 후유증이 평생 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해바라기센터 상담사 : 여름휴가 때 일어났던 사건이었었는데, 여름휴가가 되면은 그 사건이 떠올라서 같이 뭐 놀러 가기 힘들다거나.]

미국 마이애미 대학은 성폭력 피해 아동이 성인이 된 뒤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성이 일반인에 비해 최고 11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간관계 자체를 꺼리게 되면서, 성인이 된 뒤에도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상황판단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입니다.

[송동호 교수/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그거를 자기한테서는 있어도 되는 일처럼, 이미 나한테 생겼던 일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거를 당연시하는 게 있고요, 그럼 굉장히 무력해져요.]

피해 아동이 평생 상처로 남는 트라우마를 떨쳐 버리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범사회적인 관심과 배려가 절실합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박승원, 영상편집 : 오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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