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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돈 반토막 낸 증권맨 '우여곡절 끝 무죄'

"수익보장 약속 없었다면 옛 법조항으론 처벌 불가"

고객 돈 반토막 낸 증권맨 '우여곡절 끝 무죄'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감언이설로 수억원어치 펀드를 팔았다가 실제로는 원금을 40% 이상 잃게 한 증권사 직원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

6년 전 한 대형 증권사 객장에서 근무하던 A(36) 과장은 가정주부 B씨에게 3년 만기 원금 비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을 팔면서 "요즘 나오는 펀드들은 원금 손실이 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주가가 반 토막이 나도 원금은 끄떡없게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득했다.

B씨는 A 과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증권사에 선뜻 2억 원을 맡겼다.

투자설명서도 확인하지 않고 거액의 투자결정을 내린 건 그동안 쌓은 믿음 때문이었다.

B씨는 2003년부터 3년 동안 A 과장을 통해 펀드 17종에 가입해 대부분 수익을 올렸다.

A 과장은 예전에도 `원금을 보장하고 100% 안전하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만기에 계좌를 열어보니 수익을 내기는커녕 원금 2억원이 1억1천800여만원으로 거의 반 토막 가깝게 쪼그라져 있었다.

B씨는 A 과장이 속한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4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수익을 보장하며 투자를 권유한 혐의(간접투자자산운용법 위반)로 A 과장을 기소했다.

A 과장은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판결이 결국 뒤집혔다.

대법원이 지난 5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안승호 부장판사)는 최근 A 과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률이 없으면 처벌도 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금 손실이 확실히 나지 않을 것으로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면서 거래를 권유했을 뿐 원금이나 수익을 사전에 보장하거나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2007년 7월 이전의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은 수익을 보장하는 권유행위만 금지했다. 명문 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행 자본시장법(49조 2호)은 옛 법규를 보완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까지 불법으로 보지만, A 과장이 문제의 파생상품을 판 6년 전에는 같은 행위가 불법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법무팀 관계자는 "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불확실한 전망을 단정하면서 영업했다가 큰 처벌을 받기 십상이다. 내부교육을 철저히 하지만 투자자들의 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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