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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정은의 세 가지 표정: 김정은 시대, 이제부터가 시작

[취재파일] 김정은의 세 가지 표정: 김정은 시대, 이제부터가 시작
아무리 새롭고 낯선 일이라도 8개월이 지나 익숙해지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반복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손에 익고 또 자신감도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라는 일도 아마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집권 8개월을 맞는 김정은 제1비서의 얼굴 표정을 보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여유와 자신감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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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는 화면은 2011년 12월 29일 김정은 제1비서가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따른 중앙추도대회에 참석했을 때 모습이다. 아버지가 죽은 뒤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라 김일성광장의 연단 한 가운데서 처음으로 평양 시민들을 맞은 김정은 제1비서. 하지만, 김정은의 얼굴은 최고지도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뭔가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한 뚱한 얼굴. 물론, 계속된 장례 일정과 바로 전날 있었던 영결식, 또 추운 날씨로 인해 온 몸이 피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 제1비서의 뚱한 표정을 피곤함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필자는 당시 생중계로 방송되는 추도대회를 조선중앙TV를 통해 지켜보며, 김정은 제1비서의 머리 속에 ‘아버지 없이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다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것이 당시 김정은의 얼굴을 통해 드러난 것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김정은 제1비서는 새해 첫 날 제105 탱크사단 시찰을 시작으로 최고지도자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군부대를 시찰하고 대중들을 만나가며 김일성, 김정일의 길을 따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외견상으로 김정은 비서는 최고지도자의 위치에 빨리 적응해가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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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개월여가 지난 뒤... 위에서 보는 화면은 김정은 제1비서가 2012년 6월 6일 소년단 창립 경축 대회에 참가했을 때의 모습이다.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경축 대회. 전국에서 모인 2만여 명의 소년단원들 앞에서 김정은 제1비서는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김정은 비서의 모습에서 우리는 여전히 어색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정지된 위쪽 화면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김정은 제1비서는 소년단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등장한 뒤, 소년단원들의 끊임없는 ‘만세’ 소리가 쑥스러운 듯 ‘그만 앉으라’라는 동작을 여러번 하면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한다. 본인은 그만 자리에 앉고도 싶은데 소년단원들의 환호가 끝없이 계속되니 그냥 앉아있을 수도 없고 계속 손을 흔들며 답례하기도 어색한 상황이 한동안 계속된 것이다. 최고지도자로서 5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최고지도자로서의 의전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은 모습이 이날 행사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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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3개월이 지난 8월 25일 김정은 제1비서의 모습은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김정은 비서는 이날 동부전선 지역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혁명 영도를 경축하는 ‘8.25 경축 모란봉악단 공연’을 부인과 함께 관람했다.

여타 공연에서와 같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갈채. 감격에 겨워 울먹이는 여군들까지 등장했지만, 위쪽 화면에서 보듯 김정은 제1비서의 얼굴에는 그리 감흥이 없다. 어찌 보면 냉소적인 느낌까지 든다고나 할까? 이제 김정은 비서에게 이러한 환호는 단순한 일상의 한 부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초보운전 벗어난 김정은, 이제부터가 본게임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지난 8개월에 걸쳐 달라져 온 김정은 제1비서의 모습. 필자는 김정은 비서의 상징적인 세 가지 표정만을 예시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김정은 비서는 북한내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상당히 적응한 것 같다. 최근 들어 북한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부쩍 제기되는 것도 김정은 제1비서가 자리를 잡고 자신의 색깔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함으로 인한 자신감의 발현은 방심을 동반하며 예상치 않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처음에는 조심조심하며 사소한 것도 주의깊게 살피고 주변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만, 섣부른 자신감이 생기는 순간 남의 말도 듣지 않고 ‘마이 웨이’를 고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초보운전에서 벗어나 서서히 북한이라는 차량의 운전대를 자신있게 돌리기 시작한 김정은 제1비서. 김정은 시대의 본게임은 바야흐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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