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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안철수 공통점은?

[취재파일] 박근혜-안철수 공통점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연일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후보 선출 직후,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한데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또 노동 인권 운동의 상징인 전태일 열사의 동상에 헌화하고 노동자 문제해결을 약속했다. 자기측 보수진영은 물론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맞섰던 상대 진영에까지 먼저 손을 내민 셈이다.

지난달 31일에는 당내 결속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 연찬회에 참석해 반드시 대선 승리를 이뤄야 한다며 단결과 화합을 외쳤다. 당내 '불통 이미지'를 의식한 듯 언제든지 전화하고 찾아와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찬 때는 직접 커피 주전자를 들고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들에게 따라주기도 했다.

박근혜 후보는 2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오찬회동도 갖는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이후 틀어진 두 사람은 끊임없이 대립하고 갈등해왔다. 이번이 9번째 만남이라고 한다. 인기가 떨어진, 그것도 지난 5년 내내 얼굴을 붉혔던 현직 대통령과의 만남이 결코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통합을 외치는 박 후보 입장에서 자당 출신의 현직 대통령을 모른 채 한다는 건 자가당착일 수밖에 없다. 또 새누리당 지지층 내 엄존하는 현 정권에 대한 우호 세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4.11 총선과 대선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분열된 당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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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식 소통' = '일방 통보'?

박근혜 후보의 통합 행보는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논란이 있긴 했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방문이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도 일반 국민은 아닐지 몰라도 새누리당 지지층 내에서는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둘 걸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통합 행보에는 이런 저런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통합의 전제조건인 소통이 보이지 않는 탓이다. 야당이 박 후보의 통합행보를 비판하면서 '일방통행식 행보'라고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21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예정에 없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다. 같은 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도 마찬가지였다. 파격적 행보로 효과를 극대화할 순 있었지만 이를 준비해야하는 현충원 쪽과 노무현 재단 쪽은 갑작스런 행보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박 후보 쪽에서야 당연히 진정성있는 통합 행보라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끌어 안으려고 했던 상대 편에서 '깜짝 쇼'나 '일방적 통보'로 받아들였다면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었다. (결과가 어땠는지는 각자 판단에 맡기자.)

당내 소통도 그랬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는 화기애애했다. 박근혜 후보의 이름을 딴 '친근해.포근해.화끈해' 같은 각종 건배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100% 대한민국을 위하여'라는 식의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목소리가 연찬회장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번 연찬회에서 토론은 없었다. 당내 문제 혹은 정치 현안 문제에 대한 논의 시간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저 박 후보의 이야기를 듣고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결의'의 시간만 있었을 뿐이다. 박 후보가 국민통합, 정치쇄신, 국민행복이라는 3대 과제를 참석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자는 구성원 간 소통은 없었다.

물론 내부 구성원을 하나로 묶고 대선 승리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에 계파니 역사관 문제니 하는 불편한 소재가 등장하는 게 부담스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치적 지향점이나 현안에 대한 공감대도 없는 사람들이 그저 정권만 잡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낸다면 그게 더 문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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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식 소통' = '사후 통보'?

안철수 교수의 소통은 '비공개 소통'이다. 안 교수측은 기자들에게 안 교수의 일정이 끝난 뒤 해당 사항을 간단히 이메일로 알려준다. 지난달 31일에도 안 교수가 전날 충남 홍성군 문당마을을 방문해 주민들로부터 어려운 상황에 처한 농촌 현실을 들었다는 내용이 전달됐다.

지난 7월, 대답집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뒤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전북과 강원에 이어 충남까지 이어진 안 교수의 민생 탐방을 사실상의 대선 행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메일 내용도 달라졌다. 방문 내용을 그저 네댓 문장으로 간단히 알렸던 예전과 달리 보도자료 형태로 바뀌었다. 기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일정이나 알려주던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대선 주자의 동정을 알려주는 보도자료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이메일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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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은 지난 30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마을에 방문해 마을 주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안 원장은 주형로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을 비롯한 지역 환경농업단체 대표 등 10여명과 만나 환경농업 관련 현안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또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마을공동체’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 온 분들의 다양한 경험도 들었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농촌의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이는 “농업을 정치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을 버린 장본인은 교육”이라며 “외국에 다녀보면 텃밭과 동물농장을 버린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느낀다. 텃밭을 버리고 그 자리에 컴퓨터실과 영어회화실을 짓고 초등학교에서조차 실과시간, 자연학습시간을 없애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안 원장은 “농업을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보는 것이 문제라는 여러분들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식량 안보 측면에서 식량자급률이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후 안 원장은 농촌생활유물관을 방문하고, 마을 주민들이 협력해서 만든 홍성 홍동밝맑도서관(이사장 홍순명)에 들러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홍 이사장은 “이 도서관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 쓰기 위해 여러분들의 모금을 통해서 만들었다”며 “책과 교육은 삶의 뿌리”라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안 원장은 “여러분들의 흔적들이 마을 곳곳에 묻어난다.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이 보기좋다”고 말하고 “진정한 공동체는 조금 속도가 더디더라도 (구성원들이) 소통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안 원장은 이날 오후 수원에 있는 서울대 융대원에서 인천 용현여자중학교 학생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용현여중 동아리 ‘창의 오딧세이‘ 소속 학생 6명이 얼마 전 직접 자필로 안 원장에 편지를 보내 이번 만남이 성사됐다.

안 원장은 여중생들에게 “자필 편지에서 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미래 목표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그는 “목표 설정이 중요한 것은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라기 보다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목표 달성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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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충남 홍성에서 "진정한 공동체는 조금 속도가 더디더라도 (구성원들이) 소통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게는 마을 단위를 말한 것이지만 국가 전체적인 운영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느리게 가도 함께,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가야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정작 안 교수의 소통방식은 '사후 통보'다. 물론 언론 중심적 사고라고 비판할 수 있다. 또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안 교수를 언론에서 괜한 트집잡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5천만 국민을 안 교수가 일일이 직접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국민이 안 교수를 만나는 주된 통로는 언론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일정이 다 끝난 뒤에 그것도 안 교수측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정리한 자료만 제공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일 수 없다. 그냥 '사후 통보'다. 언론의 접근을 통제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든 이유다.

물론 국민이 안 교수와 만나는 주된 통로가 언론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속보성과 객관성에서 SNS나 인터넷이 기존 언론보다 더 월등하다는 주장이다. 괜히 안 교수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들이 사실관계를 이리 저리 짜깁기해 안 교수에게 불리하게 몰아간다는 의심섞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안 교수의 행보에 관한 인터넷이나 SNS상의 글들은 기성 언론에서 작성한 것들인 경우가 상당수다. (기성 언론에서 난 글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도 많다.) 또 SNS나 인터넷만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안 교수측에서 굳이 기성 언론사들에게 그런 이메일을 돌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안 교수 측에서도 기성 언론을 소통의 한 창구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언론사가 몇개 뿐이던 때와 달리 이제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매체들이 활동중이다. SNS 사용자 하나 하나가 모두 언론사라고 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안 교수가 사용하고 있는 현재와 같은 방식, 즉 '사후 통보'는 기존 언론이건 SNS 사용자건 관계없이 정보 접근 면에서 지극히 제한적이다.

일정을 사전에 공개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각종 돌발 상황, 예를 들어 문제 발언이나 행동들이 모두 사전에 걸러질 수 있다. 말 실수 같은 꼬투리를 잡자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사상과 철학, 정책, 비전 등을 날 것 그대로 만나보고 접할 기회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그게 기성 언론이 됐든 SNS가 됐든 인터넷이 됐든 지금 같은 '사후 통보'로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혹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이 SNS로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의 돌발적 상황에서 올릴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인 내용일 수밖에 없다.)

◈ 박근혜-안철수 공통점, '자의적 소통'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잠재적 야권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교수는 서로 참 많이 다르다. 박 후보가 거대 여당을 기반으로 튼튼한 지역 기반을 갖고 보수층을 대변한다면 안 교수는 정당 기반없이 젊은층과 기존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진보와 중도층을 아우르고 있다.

다만 소통의 방식에도 차이가 크다. 하지만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소통'이 자기 편의 위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물론 앞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많은 반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분명 박근혜-안철수 사람의 소통 방식은 통상적인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기존 방식이 틀렸고 지금 그들의 방식이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다만 적어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전의 소통 방식,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의 일정을 미리 공개하는 식의 방법이 무조건 틀린 게 아니라면 그들이 취하고 있는 지금 방식이 왜 어떤 면에서 정당화 되어야 하는지 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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