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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뜨거워요∼" 커피 따르는 박근혜

[취재파일] "뜨거워요∼" 커피 따르는 박근혜
"100%~!" "대한민국~!"
"대한민국 근혜 스타일~"  "친근해! 포근해! 화끈해!"

건배사입니다. 어디서 사용된 건배사인지는 추정이 가능하시겠지요? 새누리당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찬회 오찬장에서 울려 퍼진 건배사입니다. '100% 대한민국'은 박근혜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연설을 통해 강조한 슬로건으로 그 기원은 경선이 펼쳐지기 전 총선 때입니다. 당시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을 1%의 특권층으로 지칭하고 민주통합당은 나머지 99%를 대변하겠다고 공격한 것을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1대 99로 편가르기 하면 안 된다"면서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이 메시지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근혜 스타일', 이것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 패러디입니다. 강남 스타일을 새누리당에서 처음 패러디 한 것도 박근혜 후보입니다. 박 후보가 앞선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강남 스타일이 유행인데, 지역마다 지역 스타일을 만들겠다"고 말한 것이 새누리당에서 사용된 시초입니다. 이것 또한 새누리당에서 잘 만든 메시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누구의 아이디어로 연설문에 들어갔느냐' 물었더니, 100% 대한민국도 강남 스타일도 박근혜 후보 작품이라고 캠프 관계자들은 증언을 하더군요.

대통령 후보가 선출된 직후에 하는 연찬회는 보통 1박 2일로 지방 연수원에서 실시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지역별로 토론회도 하고 그러는데, 오늘 연찬회는 서울에서 가까운 일산에서 하루만 진행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점심 시간이 대화의 시간으로 마련됐습니다.

점심 시간에 박근혜 후보는 커피 주전자를 들었습니다.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에게 커피를 따라 주었습니다. 이 진귀한 풍경에 국회의원들도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떤 의원은 앞서 스스로 따라 마셨던 커피를 황급히 '원샷'으로 비운 뒤, 박근혜 후보가 따라주는 커피를 또 받아 마셨습니다. 또 얼마나 기분들이 좋았던지, 두번째 원샷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박 후보는 '저녁에 잠을 못 주무셔도 책임을 못진다'는 농담을 던지며 부지런히 커피를 따랐습니다.

이건 또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아직 취재는 못했습니다만, 색다른 모습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다가 공격을 받았던 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박근혜 후보가 왜 커피를 따라주나?'하고 비난을 하는 건 아닐까? 박 후보도 커피가 아니라 녹차를 따랐어야 하나, 아니면 둥글레차가 나은가 하는 기자의 직업병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따라주는 박근혜 후보 덕분에 오찬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밝게 웃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화기 애애한 분위기는 아직은 표면적인 웃음에 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쉬는 시간에 잠시 복도에서 만난 의원들 중 몇몇은 강연회 중심으로 짜여진 오늘 연찬회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서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고, 토론 순서도 없어 의견을 말할 기회도 없다며 실망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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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경선 기간 동안 침묵을 지키며 해외로 떠났다가 돌아온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은 오늘 연찬회에 오지 않았습니다. 최근 홍사덕 전 박근혜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이 유신에 대해서 경제발전을 위한 것이었다는 말을 하자, 정몽준 의원은 비난 트윗을 올리며 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는 혹평 중에 혹평이었지요. 이재오 의원도 박근혜 후보가 후보가 된 이후에 자신과 '화합'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며 섭섭해 하던 차 전태일 재단 방문이 무산된 것을 두고 박 후보를 비난했습니다. '내가 손 내밀면 화합과 통합이 된다는 생각은 독재자적 발상이다'라는 내용이었지요. 이 또한 비난의 강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2007년 이명박-박근혜 대선 경선 뒤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 때는 40%에 달하는 친박계 의원들이 거의 다 오지 않았다고 하니, 오늘 연찬회는 이만하면 화합과 단결의 연찬회였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불참이 마음에 걸립니다.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은 밝게 웃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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