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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② 재벌 개혁인가 손발 묶기인가

순환출자 해소ㆍ금산분리 놓고 논란 가열<br>"1인체제 지배구조 바꿔야" vs "부작용만 클 것"

경제민주화② 재벌 개혁인가 손발 묶기인가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분리는 재벌개혁의 양대 핵심 쟁점이다.

이 때문에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은 총수 1인 중심의 재벌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각오를 보인다.

재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대기업의 사정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한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논란은 더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 순환출자 해소, 재벌개혁 `태풍의 핵' 순환출자 해소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이달 초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가공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을 결의하면서 화두로 떠올랐다.

순환출자는 재벌그룹들이 계열사를 지배하려고 사용하는 핵심 수단이다.

예컨대 한 그룹 내 A사가 B사에 출자하면 A사는 B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어 B사가 C사에 출자하면 A사는 B사와 C사를 동시에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다시 C사가 A사에 출자하면 A사는 자본금이 늘어나 확실한 지배주주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 자료를 보면 소속 계열사들의 출자 흐름이 동그랗게 연결된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재벌그룹은 15곳에 달했다.

순환출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 투자된 자본금 이상으로 총수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극히 적은 지분으로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재벌그룹 총수의 1인 체제 구축은 순환출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 계열사가 위험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어려워지는 `부실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순환출자 구조 탓에 여러 재벌그룹이 쓰러졌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순환출자 규제안의 핵심은 자산총액 합계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이다.

기존 순환출자는 계열사 간 중복되는 `가공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총수 1인 지배체제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조치다.

민주당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를 해결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 금산분리 강화 추진…재벌 지배구조에 `직격탄'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규제하는 금산분리는 순환출자 해소와 함께 재벌개혁의 핵심이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융계열사만을 별도로 지배하는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도록 하는 법안을 최근 제안했다.

현재 금산분리 규정은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대해 9%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보험ㆍ카드ㆍ증권ㆍ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소유는 따로 분리하지 않아 사실상 `은산(은행ㆍ산업)분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금산분리 강화로 금융계열사와 제조업계열사의 상호출자나 자본이동이 차단되면 계열사 간 연쇄 부실의 위험이 줄고 재벌그룹의 `금융계열사 사금고화' 행태가 사라질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제2금융권 계열사를 소유한 재벌그룹은 지배구조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예컨대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어서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현 지배구조가 유지될 수 없다.

삼성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그 밑에 삼성화재, 삼성캐피탈 등을 두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 "경제민주화 혜택 클 것" vs "투자위축만 불러올 것"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분리는 그 막대한 비용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의 추산 결과를 보면 삼성그룹이 현재 순환출자를 단순 없애는 데는 4조3천억원이 필요하다.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7조8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순환출자 해소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재벌구조 개혁과 경제민주화의 혜택을 고려하면 이 비용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재계는 현재 대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할 때 투자 여력 감소와 경영권 불안밖에 불러오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총수 1인의 지배체제 강화를 위한 순환출자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다.

순환출자로 대기업 집단을 유지하는 것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순환출자는 기업들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하거나 기존 생산라인을 확장할 때 나타난다.

이를 막으면 새로운 투자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산 분리 문제도 재벌의 금융 분야 지배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금융기업들을 적대적인 인수ㆍ합병(M&A)에 노출하는 결과밖에 낳지 않는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있는 실정이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재벌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가열될 것이다.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 분리의 취지는 맞지만,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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