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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 앞세운 '범 비노'의 역습

[취재파일] 안철수 앞세운 '범 비노'의 역습
초반부터 '문재인 대세론'…비 문재인 측 '공황'

민주통합당 경선 초반입니다만 시작부터 다소 김이 빠지는 듯한 분위깁니다. 4명의 후보자들 중 문재인 후보가 과반이 넘는 득표수로 일찌감치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초 손학규, 김두관 후보 측은 제주경선의 결과가 경선 판도를 뒤흔들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력을 총동원해 제주지역 표심공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손, 김 후보의 예상밖 1위가 점쳐지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경선 결과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문재인 후보의 압승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예상 밖의 큰 차이로 2위, 3위를 차지한 손, 김 후보 측은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15% 안팎의 격차였다면 호남과 강원, 충청 지역에서의 강세를 발판으로 2차 반전의 국면을 만들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만, 1위 문재인 2위 손학규 후보의 격차는 제주 지역 경선에서 40%에 육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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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경선' 논란…오히려 비 문재인 측에 타격

큰 격차의 패배는 불공정 경선이라는 논란을 낳았습니다. 비문재인 측 후보들은 모바일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ARS 안내메시지를 다 듣지 않고 끊을 경우 기권으로 처리된다며 투표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대선 경선 모바일 투표율이 1월과 6월 전당대회 당시와 비교해 많게는 20% 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근거로 들며 투표 시스템의 문제점을 쟁점화 했습니다.

당 선관위와 후보자 측 참관인이 참석한 가운데 개표 결과를 확인한 결과는 더욱 끔찍했습니다. 비 문재인 후보 측이 주장했던 기권표는 전체 투표율에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 문재인 후보 측은 역공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투표율이 낮은 이유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동원선거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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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진 경선…시선은 벌써 '안철수-문재인 단일화'에

우여곡절 끝에 경선은 재개됐습니다. 이른바 '친 노무현' 계가 주도하는 당 지도부와 문재인 후보 측은  비 문재인 측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비 문재인 후보 측이 당 지도부와 문재인 후보 측의 담합설을 제기하며 또 다시 불공정 경선 논란을 쟁점화하려고 하고 있지만 대선 경선이라는 큰 이슈를 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문재인 후보 측도 이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쓰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후보 측의 눈은 더 높아졌습니다. 문재인 후보 측은 경선 초반 주도권을 확보해 큰 이변이 없는 한 대선 경선 승리는 무난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캠프 일부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단일화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비노'가 움직인다

지난 주 민주통합당 내 비 노무현계 좌장격인 김한길 최고위원이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멘토' 법륜 스님을 국회로 초청했습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망라한 20여 명 가까운 범야권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굳이 계파로 나누자면 비 노계 의원들이 법륜 스님을 초청한 강연회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법륜 스님의 강연 내용도 일부 언론에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은 대선경선을 앞두고 비노계 일각에서 그것도 법륜 스님을 초청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특정 인사를 지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고 애써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김한길 최고위원을 주축으로 한 일부 비노계가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지지하기 위한 광폭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내 후보가 아닌 외부의 후보를 주목하는 의원들은 또 있습니다. 초선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법조계 출신 젊은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치권의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정당내 후보가 아닌 '진영논리'에 기대지 않은 안철수 교수가 필요하다는 시각입니다. 여기에 현재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인사들은 50여 명에 달합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대선출마 시점과 맞물려 안 교수 지지의 명분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더 큰 세력은 문재인 대선후보가 아닌 '비 문재인계'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의 움직임입니다. 현재 판세대로라면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입니다. 예상대로라면 이른바 '친노'의 계파정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당내 '비노'계 의원들은 문재인 대선 후보 확정을 기점으로 범비노계 진영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 밖에 공식적으로 지지후보를 공개하지 않는 민평련계를 비롯한 일부 계파도 후보 단일화 시점에 맞춰 의미있는 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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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외부의 흐름…'안철수 드래프트'

비정치권, 이른바 시민사회세력과 종교계 관료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안철수 교수 우호세력의 결집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 안철수 교수의 멘토 '법륜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평화재단 개소식에는 유력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정운찬 전 총리, 그리고 안철수 교수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윤여준 전 장관, 김홍신 전 의원 등이 다수 참석했습니다.

단순 개소식이라고 알려졌습니다만 주요 인사들은 개소식 전 별도의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륜 스님을 구심점으로 한 멘토 그룹이 큰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시민사회세력의 움직임은 가시화되지 않았습니다만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교수의 특수관계를 감안했을 때 사실상 시민사회의 '안철수 드래프트'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친노의 압승…'범 비노' 연대 촉발하나(?)

민주당 대선경선이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 될 경우, 민주당은 친노 대선주자와 친노 지도부를 중심으로 대선체제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당내 '범비노' 세력과 정치권 외부세력이 안철수 교수를 구심점으로 연대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선경선의 공정성 시비 논란으로 친노-비노 갈등이 불거진 것도 '범비노 연대'를 위한 명분쌓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른바 친노 쪽에서는 지난 2002년 후보단일화 협상파 활동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해당행위'라는 주홍글씨를 경험한 정당에서 정통성 있는 당내 대선주자가 아닌 외부의 유력 대선주자를 지지하려면 탈당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선택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군이 안철수 교수에게 20% 이상의 격차로 밀리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해당행위'보다 '시대정신'이라는 명분이 우세해 보입니다. 친노-비노의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한 현재 시점에서는 도식적인 정당내 패러다임만으로 안철수 지지 움직임을 묶어두기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민주당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안철수 지지층이 '범 비노'라는 세력으로 구체화될 경우 '친노'계는 민주당의 패권세력, 소수세력으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오히려 친노의 자충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친노의 딜레마' 입니다. 결국 정권교체와 후보 단일화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친노계는 '문재인 대세론'과 싸워야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입니다. 후보들이 매 지역마다 엎치락 뒤치락하는 치열한 경선전쟁은 단순히 대선흥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 세력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 대단히 중요한 과정인 것입니다. 경선 흥행 부진으로 이어지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과 비노계의 반발을 친노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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