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우리 사회 최대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에 대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업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던 것과 달리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28일 열린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도 최근 이러한 경제계 분위기가 그대로 감지됐다.
간담회에서는 주로 경제 회생을 위한 정책 과제와 경제계 실천방안 등의 얘기가 오갔지만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대한 경제계 대응 방안도 비중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경제계 수장들은 "국회나 언론에서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 필요성과 사회적 요구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경제민주화 논의의 핵심인 '공정경쟁'과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일부 재계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토론회 등에서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긴 했지만 경제단체 수장들이 모여 공개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최근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논쟁보다 경제살리기에 힘쓰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과 견주어봐도 의미를 둘만 한 방향 전환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와와 관련한 경제계 입장에 다소 변화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경제계의 태도 변화 이면에는 그동안 경제민주화 논의에 무조건 반대만 해온 것이 사회분위기 전환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목상권 침해와 중소기업간의 불공정 거래 등으로 재계를 향한 국민적 분노가 치솟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대 논리가 '제 밥그릇 지키기'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경제계가 줄곧 정치권에 얘기해도 바뀌는 게 없지 않으냐.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가운데 대응 방향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국민 여론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대응 논리를 만들어내느냐가 경제계에 남은 과제가 됐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순환출자금지 등 경제민주화를 입법화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견제하면서 경제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내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제민주화' 경제계 입장 바뀌나
반대 일변도에서 "필요성 공감" 유연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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