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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의 직장’ 한국거래소 직원 의문의 죽음…대체 무슨 일이?

[취재파일] '신의 직장’ 한국거래소 직원 의문의 죽음…대체 무슨 일이?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위축돼있는 증권가는 지난주,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사상 초유의 공시정보 유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상을 치르기도 했지요. 이 소식은 지난 20일 SBS 단독 보도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거래소 직원이 공시 정보 유출과 관련한 조사를 받고 있던 소식을 제가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직원은 당시에는 아직 고인이 아니었습니다. ‘외부의 제보로 인해 시장감시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자 이 직원이 잠적했다, 계속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는 상태였습니다  주말을 넘기면서 이 직원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저 역시 ‘한 인간의 비극’ 앞에서‘과연 이 보도를 해야 하나’ 수도 없이 고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고심 끝에 결국 저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상에 알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저 역시 죽음 앞에 나약한 인간으로서, 고인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지키기 위해, 사생활 등 뒷얘기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팩트 만을 전하는 선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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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정보 공개 전 ‘문제의 10분’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 공시 정보는 어떻게 외부에 공개될까요? 분기별, 반기별 실적 등의 지표는 기업이 등록하면 시간적 격차 없이 외부에 공개되지만, 계약이나 수주, 인수, 합병 등 수시 공시 사항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정보인만큼 한국거래소 내에서 10여분간 확인, 심의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외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도입, 시행하고 있는 최소한의 시간, 이 '10분'이 문제였습니다. 이런 최소한의 절차도 허용할 수 없을 만큼 증권 시장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공시 정보유출, 결국 거래소 직원을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몰아갔던 유혹은 이 10여분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공시관리부서가 아닌 코스닥시장본부 시장운영팀 직원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시장운영을 위해 필요한 시장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시장운영에 필요한 모든 공시를 사전 열람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직원들이 업무상 용도 이외에 공시를 사전 열람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리할만한 제도적 장치가 아무 것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증권 시장에서 이제 공시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고 말할 만큼 사전에 유출되는 건 매우 흔한 일입니다. 증권사 직원이나 기업정보 담당 직원을 통해서, 또는 증권방송이나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를 통해서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왠만한 기업 정보는 ‘공시 전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공공연한 자조섞인 농담이 있을 정도니까요. 결국 이런 상황은 시장의 공정거래를 감시하고 통제할 책임을 갖고 있는 거래소 직원에게도 유혹으로 다가왔던 겁니다.

기업공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직원은, 본인이 조사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잠적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결국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집 근처에서 투신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경기도 일산 근처의 한강에서 발견됐습니다. 사실상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조차 아무런 피의자에게선 아무런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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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센터에 들어온 제보, 이른바 투서가 접수되면서 시장감시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기업 공시 직전에 한 증권사 특정계좌를 통해 이 종목에 대한 대량의 매수주문이 집중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문제의 직원이 잠적하자, 당황한 거래소 측은 검찰로 넘겼고, 남부지검은 사건을 넘겨받자마자, 고인이 사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래소와 검찰 측은 조사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이 직원이 A증권 차명계좌를 이용해 공시 직전에 사고 이후 주가가 오른 뒤 팔아 치우는 방식으로 1억원이 안되는 차익을 챙겼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증시 격언이 있는 것처럼, 공시 전에 사서 주가 오른 뒤 공시 후에 파는 방법은 시세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쓰이는 가장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직원 뿐 아니라 공시 정보 접근이 가능한 전 직원에 대해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본인만 정보를 활용한 게 아니라, A증권사에 조직적으로 정보를 넘겨줘 훨씬 더 큰 규모의 불공정거래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이례적으로 피의자가 사망했음에도, 다시 수사를 재개했다고 일부 언론은 전하기도 했습니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글쎄…

한국거래소 직원이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공시정보를 유출했다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 종이에 내용을 적고 처리하던 시절에는 유사 사건이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최소한 모든 작업이 전산 작업화된 이후에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증권가에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기관까지 정보를 흘려준다면, 대체 투자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시장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줄 만한 일이죠. 증권가 역시 가뜩이나 거래량 최저에 잔뜩 위축된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키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불공정거래 감시를 강조하고 있던 때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나자, 거래소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 사건이 언론의 관심을 받자 마자, 신속하게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습니다. “직원이 나쁜 마음 먹고, 작정하고 한다면 막을 수 있겠냐”하고 부연 설명을 하면서도, 직원들의 공시 정보 접근을 최소화하고, 직원들에게 유혹이 될 수 있는‘문제의 10분’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 조치가 필요 없는 공시에 한해서는 직원들의 사전 검토 없이 즉각 공시하겠다는 겁니다. 직원들이 공시정보를 열람하는 기록도 모두 감시,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제도상 가능한 조치를 급하게 마련하다한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런 조치 만으로 과연 해결될 것이냐 하는 비아냥도 들립니다. 오히려 ‘즉각 공시’ 도입하면서, 그 ‘10분’ 풀어버린 뒤 발생할 수 있는 공시 오류로 인한 시장 혼란, 부작용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강하게 매로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덕적, 윤리적 기강부터 바로 세우는 게 먼저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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