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 후보들도 그야말로 모든 힘을 다했습니다. 특히 첫 스타트인 제주와 울산 경선에 전력했습니다. 경선 초반 분위기를 다잡아 기선 제압에 나서겠다는 전략입니다. 지역 전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거인단 모집에 열을 올렸습니다. 각 후보 캠프마다 선거인단 모집 인원이 날마다 늘어났습니다. 김두관 캠프가 만 명 모았다더라, 손학규 캠프는 만 2천 명이라더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던 문재인 캠프도 만 명 이상 모았다고 자랑하는 판입니다.
이 때문에 각 캠프들이 모았다는 선거인단 규모를 합산해 보면 실제 선거인단 수를 훌쩍 넘기는 웃지 못할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쨌든 제주 경선 결과가 발표되기 바로 직전까지도 모든 후보들은 1위를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따냈습니다. 문재인 12,023표, 손학규 4,170표, 김두관 2,944표, 정세균 965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나는 결과였습니다. 사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득표율 60%에 육박하는 압승에 문재인 후보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입니다. 반면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 자신을 찍겠다고 약속했던 선거인단의 고작 30% 정도만 투표한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비 문재인 주자들은 모바일 투표 방식을 문제 삼았습니다. 투표를 하고 중간에 끊어버리면 기권표가 되는 모바일 투표 방식이 기호 4번인 문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겁니다. 선거인단을 똑같이(?) 모집했는데 문재인 후보는 예상했던 그 수치만큼 표가 몰리고, 다른 후보들은 1/3밖에 안 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거냐는 겁니다. 게다가 선거 참여인구를 대폭 늘릴 수 있어 선거 혁명이라고 불리던 모바일 투표율이 60%도 채 안 되는 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 애초부터 모바일 투표는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은 문재인 후보를 위한 제도라는 뿌리깊은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문재인 후보 측은 득의양양했습니다. 잔치집 분위기. 축포가 여기저기서 터졌습니다. 벌써부터 안철수, 박근혜에 대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조직이 열세라던 문 후보측 한 인사는 오히려 선거인단 모집 노하우까지 설명해줍니다. 자신들은 모집한 선거인단 인증번호까지 적어서 제출하게 만들었다고, 그래야 진짜 확실한 표라고... 상대 후보들의 어설픈(?) 동원 능력에 핀잔을 줍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울산 경선을 강행했습니다. 비 문재인 후보들이 없는 상태로 말입니다. 비문재인 후보들이 경선에 불참하자 딱 2시간 기다리다 바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경선 기간 중에 울산을 다시 찾아올 순 없는 노릇이므로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투표를 위해 참석한 대의원들에 대한 배려도 해야겠지요. 그렇다고 꼭 개표까지 했어야 할까요?
임채정 선관위원장의 투표 개시 선언, 비 문재인 지지자들의 고함, 단상 난입 시도, 아수라장... 한 쪽에선 경선 중단을 요구하는 고함 소리가 난무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며 진행되는 국민의례... 가슴에 손을 얹고 있지만 서 있기 민망해하는 모습이 역력한 몇몇 국회의원들. 무조건 밀어부치는 힘은 다른 당 상황을 연상시킵니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 행사에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자리에 없었습니다. 행사장에 좀 앉아 있나 싶더니, 공식 경선 행사가 시작될 무렵 오히려 사라졌습니다. 경선 강행으로 예상되는 난장판 속에 당당하게 자리 지키기가 어려웠던 걸까요? 경선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엔 정작 성적표를 받아야 할 후보들도 없었습니다. 주인공은 없는데, 주변 사람들만 모여서 북치고 장구쳤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경선 이벤트장에 당 대표도, 대선 후보들도 없는 현실, 민주통합당의 울산 경선장 모습입니다.
이런 사태를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서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 좋겠네..." 여의도 사람들이 안 교수를 논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정당 정치. 하지만 이런 모습의 정당정치로는 안 교수에게 대항할 무기가 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정치적 메시아'를 희망할 수 밖에 없는 거겠지요. 설령 그게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할 일일지라도,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도 모릅니다. 말이 되든, 말이 안 되든, 어떤 형태의 공세에도 안 교수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가 변하지 않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